SK ‘큰’ 이승호(35·사진)도 FA 시장에 나가는 것이 사실상 확정됐다. SK와 이승호는 16일 첫 만남을 가졌다. 합의가 이뤄진 것은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사실은 이승호와 SK 양 측에서 전부 요구액을 밝히지 않았다는 대목이다.
요구액을 밝히지도 않은 채 협상이 끝났다. 다시 만날 약속도 잡지 않았다. 어느 한쪽에서 돌연 전향적 자세로 전환하지 않는 한 우선협상기간 내 타결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된다. 그러나 결렬치고는 서로의 반응이 온건하다. 이는 곧 ‘시장에 나가겠다’는 데 암묵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SK로선 이승호가 시장에 나가서 영입할 구단을 찾으면 보상선수를 얻을 수 있으니 만회가 된다. 설령 못 찾아서 다시 SK와의 테이블에 앉아도 결국에는 요구액을 관철시킬 수 있다. 아직 시장에 나가서 냉정한 평가를 받지 않은 이승호가 구단 안에 합의하기란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이승호 역시 예상을 깨고 FA를 선언한 그 바닥에는 ‘시장의 평가를 받아보고 싶다’는 열망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SK와 이승호는 서로에게 생채기를 남기지 않는 담담한 이별에 의견일치를 본 셈이다. 다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SK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재 책정해둔 조건을 이승호가 새 팀을 만약 구하지 못해 SK와 재협상을 하게 돼도 깎지 않고 제시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