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핵주먹’과 ‘격투기 황제’가 맞짱 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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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0일 09시 45분


67세를 일기로 타계한 프로복싱 전 세계 헤비급 챔피언 조 프레이저.  동아일보
67세를 일기로 타계한 프로복싱 전 세계 헤비급 챔피언 조 프레이저. 동아일보
조 프레이저의 왼쪽 훅은 정말 강했다.

1970년대 무하마드 알리, 조지 포먼 등과 빅 매치를 벌이며 프로복싱 헤비급의 전성시대를 구가했던 전설의 복서 프레이저.

그의 경기 장면을 흐릿한 흑백 TV로 지켜볼 때에도 '퍽'하는 소리가 함께 주먹의 둔탁한 느낌이 전해질 정도였다.

그는 체격이 182㎝, 92㎏으로, 헤비급으로는 다소 왜소한 체구였다. 하지만 인파이터 스타일로 끊임없이 더킹 모션을 한 뒤 상대 턱밑까지 파고들며 날리는 왼쪽 훅은 스치기만 해도 어지간한 선수는 캔버스에 드러누울 정도로 주먹의 위력이 막강했다.

강펀치를 앞세워 37전 32승1무4패(27KO)라는 화려한 전적을 거둔 프레이저도 병마(간암)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 8일 6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헤비급 역대 세계 챔피언을 살펴볼 때 프레이저와 가장 비슷한 스타일로는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46)을 꼽을 수 있다.

마이크 타이슨은 헤비급 세계 3대 타이틀을 석권한 최초의 프로복서다. 동아일보
마이크 타이슨은 헤비급 세계 3대 타이틀을 석권한 최초의 프로복서다. 동아일보
갖은 기행으로 링 밖에서도 악명을 떨쳤던 타이슨. 178㎝, 97㎏의 그는 체격도 프레이저 비슷하고 경기 스타일도 인파이터로 닮은 점이 많다.

타이슨은 세계권투협회(WBA), 세계권투평의회(WBC), 국제복싱연맹(IBF) 헤비급 타이틀을 동시에 획득한 최초의 챔피언이다.

그의 전광석화 같은 훅에 걸리면 상대 선수는 바로 크로키 상태가 되곤 했다.

타이슨의 복서로서의 이력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1986년 20세 때 WBC 헤비급 최연소 챔피언에 등극했고, 이어 1987년 WBA와 IBF 챔피언까지 휩쓸었다.

1990년 제임스 더글러스에게 통합 타이틀을 빼앗긴 그는 1996년 WBC 타이틀을 차지하며 6년 만에 재기에 성공했고, 이어 WBA 타이틀까지 되찾았다.

그러나 1997년 에반더 홀리필드와의 경기 도중 귀를 물어뜯어 '핵이빨'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선수 자격 정지를 당한 뒤 몇 번 재기전에 나섰으나 연패했고, 2005년 케빈 맥브라이드에게 패하며 결국 은퇴를 했다. 통산 전적은 50승(44KO) 6패.

타이슨의 이런 이력을 다시 되짚어 본 것은 타이슨이야말로 종목을 불문하고 격투 세계에서 최강의 파이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링 위에서는 '황제' 대접을 받았고, 요즘에는 네바다 주의 한적한 한 마을에서 비둘기 조련사로 변신해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그이지만 뉴욕 브루클린의 빈민가에서 시작한 그의 링 밖 삶은 악의 나락에서 허우적대는 '괴물' 그 자체였다.

결정적인 악행은 1991년 18세의 흑인 소녀 강간 혐의로 기소돼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 받은 것. 타이슨은 3년 만인 1995년 겨우 가석방돼 자유의 몸이 됐지만 이후에도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고 마약에 빠져드는 등 방탕한 사생활을 하다 무일푼의 알거지 신세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뒷골목과 지옥 같은 교도소에서 몸부림치며 살아온 타이슨은 위협적인 권투 실력을 바탕으로 한 무시무시한 파이터로 악명을 떨쳤다.

이런 배경 때문에 타이슨이 2005년 격투기 K-1에 진출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필자는 그가 격투기 선수로 데뷔하기를 은근히 기대했다.

그러나 당시 40세의 나이도 부담이 된데다 개런티 문제 등으로 타이슨의 격투기 데뷔는 무산됐다.

타이슨이 전성기 때 2005년 때 '격투기의 황제'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던 예밀리아넨코 표도르나 미르코 크로캅 등과 한판 대결을 벌였으면 어땠을까.

'격투기의 황제'로 군림했던 예밀리아넨코 표도르.  동아일보
'격투기의 황제'로 군림했던 예밀리아넨코 표도르. 동아일보
현재 이종 종합격투기대회인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 등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런 격투기대회의 헤비급 챔피언과 프로복싱 헤비급 세계 챔피언과의 대결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개런티 문제. 프로복싱 헤비급이 한창 전성기를 구가할 때 프레이저나 타이슨은 한 경기에 수백억 원의 개런티를 받기도 했는데, 현재도 프로복싱은 UFC 등 격투기 대회보다는 개런티가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격투기의 인기는 날로 상승세이고, 프로복싱 그중에서도 헤비급의 인기는 하락세니 언젠가는 격투기와 프로복싱 헤비급 세계 챔피언 간의 맞대결이 성사되지 않을까 한다.

필자는 링을 처 놓고 맞붙는 어떤 종류의 격투기에서도 프로복싱 헤비급 세계 챔피언이 가장 강할 것으로 본다.

이런 생각이 맞는지 프로복싱과 격투기 헤비급 세계 챔피언간의 빅 매치가 이뤄져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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