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박충균 코치(38·2군)는 작년까지만 해도 다른 인생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2010년 7월 괌 U-17 청소년팀과 여자대표팀 지휘봉을 잡기로 이미 합의를 이룬 상태였죠.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괌이 본래 미국령이라 취업비자를 쉽게 발급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그러던 중 함께 지도자 코스를 밟고 있던 울산 김현석 수석코치 추천으로 울산에서 프로 지도자에 입문하게 됐죠. 더욱 재미있는 건 앞서 괌에서 U-17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상훈 감독이 박 코치와 나란히 울산에서 코치로 한솥밥을 먹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듯 얼떨결에 시작된 울산과의 인연. 사실 한 번도 자신이 울산과 관계를 맺으리라는 걸 상상할 수 없었답니다. 현역 시절에도 수원, 부산, 대전 등만 거쳤을 뿐.
2008년 은퇴한 뒤 호주 연수, 풍생중 감독을 맡던 그는 울산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프로 지도자 경험이 전무했어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흐뭇합니다. 충분히 보람도 찾았어요. 숨은 보석을 발굴하는 일인데요, 자신이 지도하는 2군 선수 중 1군에서 좋은 활약을 해주는 선수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어 늘 뿌듯합니다. 바로 박승일이 그런 경우입니다. 올 시즌 16경기에서 2골 1도움을 올린 박승일은 당당히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됐죠.
“항상 재미있게 가르치려고 노력해요. 선수로 뛸 때 느낌과 당시 느낀 부분들을 차근차근 알려주는데 주력해요.”
박 코치는 수원의 원년 멤버였죠. 1996년 수원 구단이 창단될 때 입단해 4년 간 푸른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다가올 친정 팀과의 승부가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