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보다는 OPS(출루율+장타력) 높은 타자를…
평균자책보다는 출루 허용률 낮은 투수를 중시
영화 ‘머니볼’에서 오클랜드 빌리 빈 단장을 연기한 브래드 피트. 빈 단장(작은 사진)은 2002년 이름값 대신 철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수를 선발하는 머니볼 이론을 도입해 만년 꼴찌 팀 오클랜드를 미국 프로야구 최초의 20연승 팀으로 탈바꿈시켰다.
올댓시네마 제공 만년 꼴찌 팀이었던 오클랜드가 2002년 미국 프로야구 역사상 첫 20연승을 거두는 과정을 그린 영화 ‘머니볼’이 화제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빌리 빈 단장은 가난하고 실력 없는 오클랜드를 탈바꿈시키기 위해 ‘머니볼(Moneyball) 이론’을 도입한다.
머니볼은 ‘저비용 고효율’으로 골리앗에 대적하는 다윗 전략이다. 이름값 대신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수를 선발하는 게 원칙이다. 야구 저술가인 빌 제임스가 정립한 머니볼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국 야구계로부터 냉대를 당했다. 하지만 머니볼을 받아들인 빈 단장은 제이슨 지암비 등 특급 선수들을 내보내고 외면받던 선수들을 모아 백조로 변신시켰다.
머니볼의 핵심은 타율보다는 OPS(출루율+장타력)를, 평균자책보다는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아웃카운트를 늘릴 가능성이 높은 희생 번트와 도루도 지양한다.
이제 머니볼은 미국에서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메이저리그 팀 연봉 29위(4200만 달러)인 탬파베이의 앤드루 프리드먼 단장은 머니볼을 도입해 팀을 신흥 강호로 이끌었다. 타율은 낮지만 OPS가 높은 최희섭이 LA 다저스에 입단한 것도 빈 단장의 조력자 폴 디포데스타 전 단장의 영향 때문이다.
머니볼 이론을 국내 프로야구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제임스가 고안한 머니볼(출루율×장타력×타수=득점) 공식에 올 시즌 프로야구 성적을 대입하면 1위 삼성을 제외한 7개 구단의 머니볼 예상 득점은 실제 득점과 거의 비슷했다. 특히 공동 6위 두산은 시즌 총 득점(614점)에 3점 많은 617점이 나왔다.
‘타율보다는 OPS가 중요하다’는 머니볼의 주장도 국내 프로야구에서 상당 부분 맞아떨어졌다. 올 시즌 팀 득점은 타율이 아닌 OPS와 비례하는 경향을 보였다. 공동 6위 LG는 높은 타율(0.266·4위)에 비해 OPS(0.715·6위)가 낮아 득점이 저조했다. 반면 3위 SK와 삼성은 타율에 비해 높은 OPS로 상위권을 유지했다.
머니볼의 ‘평균자책이 낮은 투수가 반드시 좋은 투수는 아닐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었다. 평균자책에 비해 낮은 WHIP를 기록한 투수들은 실제 투구 내용은 좋은 것으로 분석됐다. 로페즈(KIA)는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16명 가운데 평균자책 10위(3.98)지만 WHIP는 3위(1.16)였다.
만약 오클랜드 빈 단장이 국내 구단을 이끈다면 어떤 투수에게 관심을 가질까. 평균자책은 다소 높지만 낮은 WHIP를 기록한 박현준(LG) 오재영(넥센) 박정진(한화) 등이 후보로 꼽힌다. 이들은 비슷한 성적을 내는 투수와 비교해 연봉이 낮은 점도 매력적이다.
머니볼은 국내 야구 실정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도루나 희생 번트를 높이 평가하지 않는 게 그렇다. 김정준 전 SK 전력분석팀장은 “미국은 빅볼이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어 머니볼이 틈새 전략으로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도루와 번트가 투수에게 주는 영향 등을 고려하지 않은 이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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