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하기까지 했던 분위기는 김기태 감독의 이 한마디에 눈 녹듯 사라졌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빵∼ 터졌다. 당사자인 윤진호(25)마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22일 새벽 경남 진주에서 마무리 훈련 중인 LG 선수단엔 다시 ‘비보’가 날아들었다. 14년간 주전 포수로 활약했던 조인성이 3년간 총액 19억 원(계약금 연봉 각 4억 원, 옵션 1억 원)을 받고 SK로 가기로 했다는 거였다. 20일에는 주전 1루수 이택근이 넥센으로 갔고 시즌 중 마무리 투수로 영입한 송신영은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그동안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자유계약선수(FA)들을 속속 사들였던 LG가 3명의 소속 FA를 모두 놓친 것이다. 한마디로 충격이자 당혹이었다. 최근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상황에서 전력 보강은커녕 핵심 전력들이 빠져나갔으니 분위기가 좋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김 감독은 3년 차 내야수 윤진호를 마무리 캠프의 임시 주장으로 임명하며 팀 리빌딩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현했다. 이름값이 아니라 열정과 실력으로 선수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신임 감독으로 참 어렵게 시작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에서 감독이 먼저 인상을 쓰면 선수들이 더 힘들어하지 않겠나. 지금부터 감독의 역할이 중요하다. 있는 전력으로 잘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감독은 두산에서 FA로 풀린 거포 김동주에 대해 “외부 FA 영입은 더는 필요치 않다는 뜻을 구단에 전했다. 주전 선수들이 떠난 자리는 남은 선수들에겐 좋은 기회다. 근성 넘치는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 새로운 스타를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LG의 한 코치는 “인성이가 좋은 포수인 건 분명하지만 그가 마스크를 쓴 9년간 우리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지 않았나. 팀이 새로 태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대호(전 롯데)는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와 조만간 협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2년 계약에 총액 5억 엔(약 74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언더핸드 투수 정대현(전 SK)은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와의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2년간 총액 320만 달러 계약설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볼티모어의 댄 듀켓 단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대현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통산 평균자책이 2점을 넘지 않은 1급 투수”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편 이날 SK에서 FA로 풀린 왼손 투수 이승호(등번호 20번)가 롯데와 4년간 총액 24억 원(보장금액 20억 원+옵션 4억 원)에 계약하면서 FA 신청자 중 실질적인 미계약자는 김동주(전 두산)만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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