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은 1-1이던 연장 후반 13분 골키퍼 김영광을 빼고 김승규를 투입했다. 2008년 포항 스틸러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 때 0-0으로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신들린 선방으로 4-2 승리를 이끌어내는 등 승부차기의 수호신으로 불린 김승규에게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2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의 K리그 챔피언십 준플레이오프. 승부차기에 들어선 수원 선수들은 김승규의 존재만으로 몸이 얼어붙은 듯 보였다. 첫 번째 키커 마토만 성공했고 염기훈과 양상민은 나란히 왼쪽 골포스트를 맞혔다. 최성환은 크로스바를 훌쩍 넘기는 어이없는 킥을 날렸다. 반면 울산은 첫 번째 키커 설기현이 크로스바를 맞히는 실수를 했지만 루시오와 김신욱, 고슬기가 여유 있게 골을 성공시켜 3-1로 이겼다.
이날 경기는 울산의 페이스대로 흘렀다. 울산은 1만5000여 수원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속에서도 수비후 역습으로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전반 21분 선제골을 뽑았다.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이재성이 밀어준 공을 김신욱이 골지역 왼쪽을 파고들며 골네트를 갈랐다.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변신한 196cm의 장신 김신욱은 서울과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골을 터뜨린 데 이어 이날도 골을 넣어 일약 ‘포스트 시즌의 사나이’가 됐다. 중앙대 시절까지 중앙수비수였던 김신욱은 2009년 울산에 둥지를 틀며 김 감독의 조련을 받아 공격수로 변신했다. 올해 컵대회에서 11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팀을 정상에 올려놓는 등 물 오른 골 감각을 보이고 있다.
우세를 점하던 울산은 후반 38분 마토에게 페널티킥 동점골을 내줘 연장전에 이어 승부차기까지 치러야 했다. 울산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K리그 3위를 확보해 201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까지 거머쥐었다. 울산은 26일 오후 3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2위 포항 스틸러스와 플레이오프를 벌인다.
수원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4강 탈락, FA컵 준우승에 이어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도 탈락해 K리그 4위에 그쳤다. 3마리 토끼 중 단 한 마리도 못 잡고 시즌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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