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다문 입 사이로 간간이 미소가 흘러나왔다. 각국 챔피언 사령탑들 사이에서 거침없이 목표를 밝히는 모습에선 자신감이 엿보였다. 이날 ‘우승’이란 단어를 입 밖에 낸 사람은 삼성 류중일 감독이 유일했다.
프로야구 삼성이 한국의 첫 아시아시리즈 우승을 향해 출사표를 냈다. 23일 대만 타이중에 도착한 류 감독은 스플렌더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승에 대한 열망을 보였다. 그는 “대만은 낯설지 않다. 대학과 국가대표 시절 전지훈련을 하러 자주 왔다. 25년 만에 온 대만에서 우승까지 하고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2005년부터 4년 동안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시리즈는 흥행 부진 때문에 2009년부터 열리지 못했다. 삼성은 3년 만에 부활한 아시아시리즈에서 일본의 5연패 저지와 한국의 첫 우승을 노린다. 25일부터 호주의 퍼스, 일본의 소프트뱅크, 대만의 퉁이와 예선 풀리그를 펼친다. 2위 안에 들면 29일 결승에서 정상에 도전한다.
삼성의 정상 도전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저스틴 저마노, 더그 매티스 등 용병 듀오와 차우찬, 윤성환 등 국내 좌우 에이스가 전력에서 이탈했다. 안지만, 조동찬은 기초 군사훈련 때문에 참가하지 못했다. 주축 타자 박석민도 마무리 훈련을 소화하지 못해 제 컨디션이 아니다. 오승환, 정현욱, 정인욱, 권혁 등 막강 불펜이 건재한 게 그나마 위안이다. 류 감독은 “주축 선수들이 빠져 걱정스럽지만 상대들도 비슷한 상황이다”라며 “첫 호주전부터 최선을 다하겠다. 결승행의 고비인 대만전에는 컨디션이 가장 좋은 배영수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때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6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했다.
소프트뱅크도 이날 도착했다. 소프트뱅크는 저팬시리즈 7경기에서 평균 1.28점밖에 허용하지 않은 투수 왕국이다. 7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친 스기우치 도시야(정규시즌 8승, 평균자책 1.94), 와다 쓰요시(16승), 퍼시픽리그 다승왕 데니스 홀턴(19승) 등이 빠졌지만 4, 5선발도 만만히 볼 수 없다. 아키야마 고지 감독은 “우승한 지 사흘밖에 안 돼 선수단에 긴장감이 남아 있다. 주축 투수들이 빠져 아쉽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08년 SK의 발목을 잡았던 타격의 팀 퉁이도 대만 국가대표 1루수 가오궈칭을 앞세워 홈에서 이변을 꿈꾸고 있다. 호주리그 2010∼2011시즌 우승팀 퍼스 히트도 복병으로 평가받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