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2.7g, 지름 40mm의 하얀 탁구공이 빠른 속도로 상대방 탁구대를 맞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순간 남과 북의 두 남자는 서로 얼싸안으며 기뻐했다. 비록 친선경기지만 1991년 일본 지바 세계선수권에서 여자단체전 이후 20년 만의 남북 단일팀 승리였다.
유승민(삼성생명)과 북한의 김혁봉 조는 23일 카타르 도하의 아스파이어 스포츠 아카데미에서 열린 국제친선대회 ‘피스 앤드 스포츠컵’ 결승에서 판이용(미국)-그레고리 블라소프(러시아) 조를 3-0(11-9, 11-3, 11-4)으로 이겼다. 유승민-김혁봉 조는 첫 경기인 준결승부터 결승까지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다. 유승민은 강력한 드라이브로, 김혁봉은 상대 공격을 끝까지 걷어 올리는 수비로 호흡을 맞춘 결과였다.
여자복식 김경아(대한항공)와 북한의 김혜성 조는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결승에서 릴리 장(미국)-아나 티코미르노바(러시아) 조에 2-3(11-8, 8-11, 11-3, 3-11, 8-11)으로 졌다. 그러나 남북 탁구 자매는 시상식장에서 서로의 어깨를 다독이며 활짝 웃었다.
남북 대표단은 이틀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유승민과 김경아는 북한 선수들과 연습을 하는 틈틈이 농담을 주고받았다. 이들은 “다음 국제대회에서 다시 만나자”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전무는 국제탁구연맹(ITTF)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애덤 샤라라 ITTF 회장은 22일 현 전무에게 명예의 전당 가입 기념패를 전달했다. 지금까지 명예의 전당에 오른 60여 명 가운데 첫 한국인이다. 아시아에선 덩야핑(1994년), 류궈량 왕리칭(2005년), 왕난 왕타오(2003년·이상 중국), 에구치 후지에(1997년), 노부코 하세가와(2001년·일본)가 명예의 전당 멤버다.
명예의 전당은 1993년부터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등 국제대회에서 5개 이상 금메달을 땄거나 탁구 발전에 이바지한 인물이 선정된다. 현 전무는 1988년 서울 올림픽 여자복식 금메달과 1987년 뉴델리 세계선수권 여자복식, 1989년 도르트문트 대회 혼합복식, 1991년 지바 대회 여자단체전, 1993년 예테보리 대회 단식에서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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