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판 최강자를 가리는 천하장사 씨름대축제가 22일 김천에서 막을 올렸다. 왼쪽부터 몽골의 산잠바 침드레그젠, 미국 농구선수 출신인 최장신(233cm) 커티스 존슨, 2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황규연, 스페인의 마르코스 페레스. 대한씨름협회 제공
한국 전통 씨름에 몽골 스페인 미국의 천하장사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른바 ‘씨름 4대 천왕’의 맞대결이다.
22일 김천에서 막을 올린 천하장사 씨름 대축제에는 한국과 비슷한 씨름 문화가 있는 8개국 51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주인공은 몽골의 산잠바 침드레그젠이다. 그는 몽골 전통씨름인 부흐(체급 구분 없이 큰 부츠를 신고 착 달라붙는 반바지를 입은 채 상대방의 등을 먼저 땅에 눕히는 방식)의 왕중왕이다. 올해 나담 축제에 이어 9월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몽골 씨름대회에서 우승했다. 이 대회는 14세부터 80세까지 6002명이 출전해 기네스북에 가장 많은 선수가 참가한 단일 종목 대회로 인증 받았다.
산잠바는 육중한 몸매(185cm, 138kg)에도 몸이 유연해 기술 씨름에 능하다. 그는 한국 씨름에 대해 “모래에서 경기를 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몽골 대표의 명예를 걸고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스페인의 전통 민속 경기인 루차카나리아(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서로를 잡고 먼저 쓰러뜨리는 방식) 챔피언인 마르코스 페레스는 한국 씨름을 잘 안다. 183cm, 157kg으로 2009년 이 대회에 출전해 32강까지 올랐다. 그는 “한국 선수들과의 교환경기를 통해 씨름을 경험해 봤다. 이번에는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색 외국인 도전자도 있다. 미국의 커티스 존슨은 농구선수 출신으로 이번 대회 최장신(233cm)이다. 몸무게도 170kg에 이른다. 올해 뉴욕 천하장사대회 우승자 자격으로 내한했다. 그는 “1년 전 알게 된 씨름은 다양한 기술로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게 매력적이다. 좋은 경험을 쌓고 싶다”고 했다.
이들 외국인 선수와 맞서는 토종 천하장사 후보는 황규연(현대삼호중공업)이다. 그는 2009년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우승을 노린다. 지난해 대회는 구제역 때문에 취소됐다. 황규연은 “외국 선수들이 국내 대회에 참가하면 씨름의 세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봐주는 건 없다”며 웃었다. 국내외 씨름 선수가 경합하는 씨름대축제는 24일 예선을 통해 32강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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