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한국축구의 월드컵 예선 ‘굴욕 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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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7일 13시 25분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는 조광래 감독.  스포츠동아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는 조광래 감독. 스포츠동아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레바논에게 패해 충격을 주고 있다.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등 주전들이 대거 빠진 상태에서 원정경기였다고는 하지만 월드컵 4강에 빛나는 한국축구가 월드컵 본선 무대를 단 한번도 밟아보지 못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6위의 레바논에게 졌으니 말이다.

레바논은 한국을 꺾는 등 3차 예선에서의 선전을 바탕으로 23일 발표된 FIFA 랭킹에서 무려 35계단이나 상승한 111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1954년 한국축구가 월드컵 본선에 처음으로 오른 뒤 2010년 남아공월드컵까지 8번 월드컵에 진출하기까지 지역예선에서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국축구의 월드컵 예선 발자취를 살펴보면….

1954년 스위스월드컵 때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른 한국축구. 아시아지역 예선은 간단했다.

한국 일본 중국 등 3개 팀이 풀 리그로 겨뤄 한 팀이 본선에 나가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중국이 기권을 하는 바람에 한국과 일본의 맞대결로 판가름 나게 됐다. 결과는 한국이 1승1무로 앞서 출전권을 따낸 것.

지금 와서 보면 한 팀과 단 두 번 경기를 해서 본선에 오른 게 뭐 대단하랴 싶지 만은 한국전쟁을 치르고 열악한 상태에서 이뤄낸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업적.

당시 국내에는 제대로 된 경기장이 없어 일본에서 두 번 모두 원정경기를 치러 이겼다. 한국은 1차전에서 일본을 5-1로 눌렀고, 2차전에서는 2-2로 비겼다.

이후 한국은 28년 간 7번의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을 맛봐야 했다.

그리고 1986년 멕시코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1차 예선에서 네팔 말레이시아와 같은 조에 속한 한국은 2차전 말레이시아와의 경기에서 0-1로 패하며 위기를 맞았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 출전했던 한국축구대표팀.  동아일보
1994년 미국월드컵에 출전했던 한국축구대표팀. 동아일보

감독이 교체되는 소동 속에 3승1패로 2차 예선에 오른 한국은 인도네시아에 2승을 거두며 최종예선에 올랐다.

일본과 본선 행 티켓 한 장을 놓고 맞붙게 된 한국은 원정경기에서 2-1, 홈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해 32년 만의 월드컵 진출을 확정지었다.

두 번째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축구는 이후 월드컵 본선 연속 진출의 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는 1차 예선 6승, 최종 예선 4승1무라는 혁혁한 전적을 세우며 세 번째 본선 행을 확정지었다.

1994년 미국월드컵 예선에서는 큰 위기가 있었다.

1차 예선에서 7승1무를 거두며 최종예선에 나선 한국은 4차전에서 일본에 0-1로 패하는 바람에 이때까지 전적 1승2무1패로 탈락의 위기를 맞은 것.

하지만 이라크가 최종전에서 경기 종료 9초 전 결승골을 터뜨려 일본을 꺾어주는 바람에 네 번째 본선 티켓을 손에 넣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때는 지역 1차 예선에서 3승을 거둬 최종 예선에 가볍게 오른 한국은 B조 풀리그에서 초반 5승1무를 거두며 일찌감치 본선 행을 확정지었다.

개최국으로 자동 출전한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2006년 독일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에도 지역예선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다.
지난 15일 레바논전에서 패한 뒤 허탈해 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  연합뉴스
지난 15일 레바논전에서 패한 뒤 허탈해 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 연합뉴스

독일월드컵 지역예선 때는 1차 예선에서 2승1무, 2차 예선에서 2승1무, 최종예선에서 2승1무1패를 거둬 본선에 올랐다.

또 남아공월드컵 지역예선은 3차 예선 무패(3승3무), 최종 예선 무패(4승4무)로 월드컵 8번째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이렇게 한국축구는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는 승승장구하며 아시아 축구 최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굳혀왔다.

2003년 아시안컵 예선에서 베트남 오만에게 연패하는 등 간혹 어이없는 패배를 당하곤 했지만, 전 국민적 관심 속에 열리는 월드컵 예선에서는 좀처럼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번에 약체 레바논에 당한 패배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3차 예선에서 조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국축구대표팀은 내년 2월29일 쿠웨이트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최종 예선에 나갈 수 있다.

하지만 겨우 비겨서 최종 예선에 오른다면 이에 만족할 축구팬은 한명도 없을 것이다.

조광래 감독은 쿠웨이트전에서 아시아 월드컵 최다 출전국으로서 한국축구의 위상을 되찾을 '뭔가'를 확실히 보여줘야 하며 대승으로 3차 예선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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