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잠실에서 열린 SK-두산전. 원정팀 SK가 5-4로 앞서 있는 가운데 9회말 두산의 마지막 공격이 진행 중이다. 무사 만루 찬스. 안타 하나면 동점 이상이 가능한 두산쪽 스탠드는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하다. 반면 SK팬들은 노심초사하며 침묵에 잠겨 있다. 타자는 한 때 국가대표 2루수로 활약했던 고영민이다. 고영민은 무사 만루 황금찬스에서 상대 마무리 투수 정대현의 초구를 강하게 받아쳤다. 제대로 맞은 타구는 투수 정면으로 향했고, 깜짝 놀란 정대현이 직접 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타구는 묘하게 글러브를 스친 뒤 2루 쪽으로 날아가다 내야 안쪽에 자리 잡아있던 심판의 등을 맞고 굴절됐다. 뒤에서 볼을 쫓던 ‘2루 수비의 달인’ 정근우는 어렵게 몸을 날려 노바운드로 공을 잡았다. 공이 외야로 빠질 것으로 생각했던 두산 3루 주자와 2루 주자는 열심히 내달려 이미 홈을 통과했으나, 노바운드로 공을 잡은 정근우는 2루를 찍고 1루로 송구했다. 3중살을 완성했다고 확신한 정근우는 3루측 덕아웃으로 향하며 특유의 웃음을 지었지만 오히려 두산 선수들이 정근우보다 더 좋아 하는 게 아닌가. 어떻게 된 사연일까.
A. ‘CATCH(캐치·포구)’는 야수가 날아가는 타구나 송구를 손 또는 글러브로 확실하게 잡는 행위를 가리킨다. 모자나 유니폼으로 잡은 것은 포구가 아니다. 포수가 몸에 지니고 있는 마스크, 프로텍터 등에 닿고 튀어나온 볼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포구하면 정규 포구가 된다. 반면 손 또는 미트 이외의 것, 즉 마스크나 프로텍터를 사용하여 볼을 잡는다면 정식 포구로 인정받지 못한다.
야구규칙 ‘2.15’는 위 상황과 관련해 ‘야수에게 일단 닿은 플라이 볼이 튀어나가 공격팀의 선수 또는 심판원에게 맞았을 때는 어느 야수가 잡더라도 포구가 아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2루수 정근우는 라인드라이브를 잡은 게 아니라 땅볼을 잡은 것과 같다. 1루 주자의 2루 포스아웃과 타자의 1루에서의 포스아웃이 성립된다 하더라도 2아웃이 된다. 그러므로 그 사이에 홈을 밟은 2루 주자와 3루 주자의 득점이 인정되어 경기는 두산의 6-5 승리로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