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굴에 들어가 세 번 살아 나왔다. 이제 우리 호랑이굴에선 더 잘해야 할 텐데 걱정이다.”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60)은 30일 오후 6시 10분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북 현대와의 K리그 챔피언십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진짜 호랑이굴 속의 대결’로 불렀다. 울산의 팀 명칭이 현대 호랑이기 때문에 문수월드컵경기장이 진정한 호랑이굴이란다.
전문가들은 6위로 챔피언십에 올라 3위 FC 서울과 4위 수원 삼성에 이어 2위 포항 스틸러스까지 모두 방문경기에서 따돌린 울산의 상승세가 무섭다고 평가한다. 서울과 수원, 포항 모두 안방에서는 웬만해선 패하지 않는 안방불패의 팀들인데 이를 모두 꺾고 올라온 것은 기적이라고 한다. 김 감독은 이제 ‘단기전의 마술사’로 불린다. 30일과 내달 4일(전주월드컵경기장) 열리는 챔피언결정전의 관전 포인트가 김 감독과 ‘봉동 이장’ 최강희 전북 감독(52)의 지략 대결로 모아지는 이유다.
○ 소통의 리더십, 승자는?
2009년 전북을 K리그 챔피언에 올려놓은 최 감독은 팀 숙소가 있는 전북 완주군 봉동의 지명을 따 봉동 이장으로 불린다. 이장이 마을주민들의 고민을 잘 찾아서 해결해줘야 하듯 선수들과 격의 없는 대화로 최강의 전력을 이끌어내 붙여진 별명이다. 최 감독은 K리그 최고의 골잡이 이동국 등 다른 팀에서 버려진 선수들을 잘 다독거려 제2의 전성기로 만들어 ‘재활공장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번 시즌에도 최 감독은 팬 서비스를 위해 선수들에게 ‘닥공’(닥치고 공격)을 주입시키며 화끈한 공격축구로 연일 상승세를 달리며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울산 코치 시절인 1980년대 후반 선수이던 최 감독을 지도했던 김 감독은 K리그 최고령이지만 선수들과의 소통에선 뒤지지 않는다. 설기현 곽태휘 김신욱 등 노장 신예 할 것 없이 고민을 듣고 해결한다. 선수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배려도 신뢰를 얻고 있다. 수비를 두껍게 한 뒤 공격하는 안정적인 전술 운용이 돋보인다. 김 감독은 최근 ‘복싱 축구’는 없다며 선수들의 정신력을 끌어올려 상승세를 타고 있다. 복싱에서는 경기하다 힘들면 수건을 던지고 패배를 인정하면 끝이지만 축구는 이기든 지든 90분을 뛰어야 하니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울산 선수들이 이번 챔피언십에서 끝까지 살아 있는 눈빛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배경이다.
○ 상승세 유지 vs 경기력 회복
축구전문가들은 전력상 전북의 우세를 점친다. 하지만 울산의 상승세가 너무 거세 섣부르게 예단할 수 없다. 최 감독은 “어차피 전력은 다 드러난 상태다. 우리는 오래 쉬어서 체력은 좋지만 경기감각을, 울산은 체력을 회복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사실 선수들의 체력 회복이 문제다. 하지만 여기까지 올라온 마당에 쉽게 무너질 순 없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며 정신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두 팀은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1승 1무 1패로 박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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