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치어리더들이 모래판에서 미소를 날리며 춤춘다. 노인 관중은 댄스 리듬에 박자를 놓치기 일쑤였지만 야구장에서나 볼 수 있는 치어리더의 춤사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국 씨름이 부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7일 김천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천하장사 씨름 대축제가 그랬다. 김천 대회는 연일 4000∼6000명이 찾았다. 하지만 무료였다. 관중의 80∼90%는 노인이었다. 경승용차와 김치냉장고, 쌀, 자전거 등 경품을 내건 덕분이었다.
씨름은 2000년대 들어 힘을 잃었다. 프로야구 축구 등에 인기를 넘겨줬다. 프로팀은 현대삼호중공업뿐이다. 0.1t이 넘는 거구들이 기술 대신 살찌우기에만 신경을 쓴 탓이다. 지상파 TV의 씨름에 대한 배려는 예전만 못하다. 예선부터 결선까지 4∼5시간을 방송한 건 옛날 얘기다. 요즘은 8강, 4강전에 이어 바로 결승을 치른다. 3, 4위전은 방송이 끝난 뒤에야 한다.
씨름계는 반성했다. 대한씨름협회는 씨름의 변화를 꿈꾸기 시작했다. 몸무게 160kg이 넘는 선수의 출전을 금지시켰다. 경기 시간은 1분으로 제한했다.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하자는 취지였다. 이만기 인제대 교수 등은 씨름포럼을 창립하고 씨름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기수 홍보위원장은 “치어리더가 응원에 나서고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등 흥미 요소를 가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개성이 부족하다. 쇼맨십이 강호동(방송인) 시절만 못하다”고 했다.
정치권도 최근 씨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철우 의원(한나라당)은 씨름 진흥법안을 만들었다. 씨름계 안팎의 노력이 씨름의 부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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