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장원삼(28)은 29일 2011아시아시리그 결승 소프트뱅크전을 앞두고 특유의 여유 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몸을 풀러 그라운드로 나가면서 “걱정하지 마라. 자신 있다”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호주 대표 퍼스 히트와의 대회 개막전에서 6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잡아내며 4안타 2실점으로 쾌투해 승리를 챙겼지만 85개를 던지고 4일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만큼 체력적 부담이 우려됐다. 류중일 감독도 “오늘 관건은 장원삼이 얼마나 던져주느냐다. 그 다음에는 장원삼 뒤에 나올 투수들이다. 오늘 지든, 이기든 대등한 경기면 오승환을 8회에라도 올리겠다”며 마운드 총동원을 바탕으로 한 건곤일척의 설욕을 다짐했다.
하루 전 선수단 숙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장원삼은 “사흘 쉬고 등판은 선발로 뛰면서 처음이다. 하지만 초인적 힘을 발휘하겠다. 공격적으로 던져 투구수를 줄여 최대한 길게 가겠다”고 말했다. “3번(우치카와 세이치)한테는 2년 전 WBC(2라운드 1조 순위결정전)에서 홈런을 맞은 적이 있다”며 설욕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혼신의 역투였다. 29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열린 소프트뱅크와의 결승은 장원삼을 위한 무대였다. 1회 볼넷과 2루타로 먼저 1점을 내줬지만 전혀 굴하지 않고 6회까지 씩씩하게 마운드를 지켰다. 2·4·5회의 3이닝은 삼자범퇴로 요리했고, 요주의 대상이었던 우치카와는 6회 빗맞은 내야안타를 포함해 3타수 1안타로 묶었다. 26일 예선 맞대결에서 도루를 7개나 허용해 팀 전체가 소프트뱅크의 ‘발야구’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라 장원삼의 책임이 막중했는데 딱 1개로 저지했다. 출루 자체를 원천 봉쇄한 덕분이었다. 6.1이닝 동안 정확히 100개의 볼을 뿌리면서 5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
이날 장원삼은 사흘 쉬고 나온 투수가 아니었다. 직구는 최고 145km, 주무기였던 슬라이더는 123∼132km를 찍었다. 5명이나 포진한 소프트뱅크 좌타자들의 바깥쪽을 예리한 직구와 슬라이더로 집요하게 공략했다. 6회까지 95개를 던졌던 그는 5-1로 앞선 7회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5번 하세가와 유야∼6번 아카시 겐지∼7번 후쿠다 슈헤이로 이어지는 소프트뱅크의 왼손 트리오를 막기 위해서였다. 하세가와에게 이날 좌타자 상대 첫 (좌중간)안타, 후쿠다에게 좌전안타를 내줘 1사 1·2루에 몰린 그는 결국 마운드를 우완 정현욱에게 물려주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100% 임무를 완수한 장원삼은 “지난 예선전 때 워낙 크게 패해서 국내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등판했다. 시즌 마지막 경기인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 게 가장 기분이 좋다. 오늘 밸런스가 좋아 직구 위주로 피칭을 했다. 우치카와는 특별히 의식하지는 않았고, 다른 오른손 타자와 똑같이 상대했다”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