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승 거뒀지만 구속저하 스트레스 투수에게 빠른볼은 최고의 자존심 강속구 못던지면 한단계 성장 못해
“(이)용찬이는 자기 볼을 던졌으면 좋겠어요. 아직 젊잖아요.”
두산 김선우(34)는 지난해부터 기교파 투수로 변신을 꾀했다. 물론 과정이 녹록치는 않았다. 그는 빠른 볼로 메이저리그 무대까지 밟았던 선수다. 2009년까지 구속이 150km 안팎으로 나왔고,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140km대 후반의 공을 던질 수 있다. 모든 게 바뀐 것은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였다.
“솔직히 그때 공을 못 던지는 상황이었어요. 그래도 제 부주의로 다친 거니까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했죠. 통증을 최소화하면서 던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고 제 선수생명을 걸고 도전을 했어요. 결과적으로, 스피드는 잃었지만 성적을 얻었네요.”
투수에게 빠른 볼은 자존심이다. 게다가 직구가 주무기였던 선수가 그것을 버리는 일은 쉽지 않다. 김선우가 지난해 호성적을 거뒀음에도 스트레스에 시달린 이유다. 그러나 그는 2011시즌을 시작하기 전 “전력투구로 10경기는 던질 수 있지만 한 시즌을 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고, 이기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올해 팀내 토종선발투수로는 1995년 김상진 이후 16년 만에 16승(7패)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변신에 성공한 그를 향해 야구 관계자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젊은 후배들을 향한 김선우의 충고는 조금 달랐다. 특히 올해 선발진에 수혈돼 좋은 투구를 보였던 후배 이용찬(22)을 향해 “스피드를 더 끌어올려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찬이가 그동안 한 경기에 30∼40개 정도만 던지다가 선발로 보직을 바꾸고 100개 가량을 소화하다보니 체력적인 한계도 오고 구속도 떨어졌어요. 하지만 후반기 투심(패스트볼) 위주로 투구할 때 ‘포심(패스트볼)도 섞어 던지라’고 했거든요. 용찬이는 아직 젊잖아요. 젊은 투수가 강속구를 던지지 못하면 한 단계 올라설 수가 없어요. 무조건 직구로만 승부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빠른 볼로도 타자를 이길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해요.”
선배의 가르침에 이용찬도 깊이 공감했다. 실제 그의 내년 시즌 첫 번째 목표는 ‘구속 올리기’다. 선발 등판시 전력투구할 기회가 많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기본적으로 직구가 좋아야 변화구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