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서 KS 우승 못한게 가장 아쉬워 日 무대서 난 신인…한발 더 뛰겠다 현미경 야구? 나도 현미경 분석 대응
“2년 내에 일본에서 최고 자리에 오르겠다. 퇴물이 되거나 실패해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대한민국 4번 타자’ 이대호(29)가 30일, 전 소속구단인 롯데의 구단 납회 행사가 열린 통영 마리나리조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초읽기에 들어간 일본 프로야구 진출을 앞둔 각오와 소회를 밝혔다. “자이언츠 점퍼를 입고 하는 마지막 인터뷰가 되겠네요”라는 말로 시작한 그는 많은 생각이 교차하는 듯 때론 비장한 표정으로, 때론 특유의 낙천척인 성격을 반영하듯 농담을 섞어 자신의 속내를 풀어냈다.
● 아쉬움이 많이 남는 롯데 생활
사실상 오릭스 입단이 확정된 상태지만 그는 “동료들과 코칭스태프, 프런트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그게 예의라고 생각했다”면서 “11년간 롯데 유니폼을 입으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무엇보다 “한국시리즈에 한번도 오르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고 말한 그는 “2008년 포스트시즌에 처음 올랐을 때, 지난해 9연속경기 홈런을 때렸을 때가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돌아봤다. ● 난 용병이자 신인
일본 무대에서 그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 그는 “일단 부딪혀보겠다. 내가 작년에 타격 7관왕을 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느냐”며 “많은 준비를 해서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또 “오릭스에 몸담게 되면 나는 용병이자, 신인”이라며 “한발 더 움직일 것이다. 내가 먼저 선수들에게 다가갈 것”이라고도 했다. 최근 기초적인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설명한 그는 “생전 공부를 안 해본 놈이라 쉽지 않더라”며 웃은 뒤 “내가 일본어가 부족하면 동료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벤치에서도 목소리 높여 파이팅을 외치고, 그런 분위기를 만들 것”이라고도 했다.
● 일본 현미경 야구?
“오릭스가 올해 우승을 했다면 내가 가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오릭스에서 내게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 중위권 팀을 1위로 올려 놓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밝힌 그는 몸쪽 승부가 유독 많고 포크볼로 대표되는 변화구 비율이 높은 일본 투수들을 언급하며 “몸쪽 볼이 들어오면 맞고 나가면 되고 유인구가 들어오면 안 치면 된다”고 했다. 때론 단순하게 생각하겠다는 뜻.
이대호는 “그러나 한국에서처럼 안타를 치기 위해 볼을 건드리진 않을 것이다. 좋은 투수들을 상대할 땐 노림수를 갖고 타석에 설 것”이라고 했다. ‘현미경 야구’로 불리는 일본 야구에서 상대 투수들을 공략하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 두렵다. 그러나 이겨낼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박찬호 선배, 요미우리에서 뛴 이승엽 선배를 보면서 나도 꿈을 키웠다”고 말한 그는 “내가 성공해야 다른 후배들이 일본이나 미국, 더 큰 무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그래서 큰 책임감도 느낀다”고 했다. 좋은 동료들, 팬들을 버리고 일본으로 가는 자신에 대해 “무인도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두려운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도 털어놓은뒤 “무조건 난 이겨낼 것이다. 2년 내에 승부를 보고 싶다. 일본에서 최고 자리에 올라 한 단계 더 좋은 자리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롯데 구단의 양해를 얻어 내년 1월 롯데의 사이판 전지훈련에도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도망치듯이 돌아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한 그는 “내가 일본에서 뛰는 모습을 보면서 팬 여러분이 스트레스를 푸실 수 있도록 하겠다.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