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가 해외로 나갔어요. 삼성이 출전한 2011아시아시리즈가 열린 대만으로요. 삼성이 한국팀으로는 처음 우승까지 차지해서 롤러코스터도 더욱 신나게 돌아가요.
류중일 감독, 퉁이전 끝나고 어깨 힘들어간 사연
류중일 감독도 부인하지 않아요. 스스로 “복장(福將)”이래요. 류 감독이 복장인 이유는 여러 가지로 댈 수 있어요. 그냥 한 장면만 예로 들어요. 27일 퉁이전에서 승리한 뒤에요. 매경기 끝나면 승장과 수훈선수 2명이 기자회견장에 나서요. 그날 류 감독은 오른쪽에 오승환, 왼쪽에 최형우 앉혀놓고 기분 냈어요. 경기 전 “한국야구의 자존심”까지 얘기하며 필승 주문할 정도로 다급했거든요. 그런데 묘해요. 하필이면 ‘좌형우 우승환’이에요. 시즌 MVP 투표 앞두고 감독이 내놓고 편들었던 오승환, 그래서 서운할 수밖에 없었던 최형우가 그 옆으로 나란히 앉은 거예요. 사정 아는 몇몇 기자들, 세 사람 모르게 키득거려요. 최형우가 2점홈런 안 쳐줬으면 어찌됐을까요. 어쩌면 그 자리는 퉁이 감독과 수훈선수들로 채워졌을 거예요. 승승장구하던 류 감독도 체면을 많이 구길 뻔했어요.
족집게 송삼봉 단장 “헹가래? 못 받아도 좋다”
삼성 송삼봉 단장은 류중일 감독, 김인 사장처럼 올해가 처음이에요. 단장 되자마자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아시아시리즈까지 몽땅 먹었어요. 소프트뱅크한테 0-9로 참패한 날이었어요. 송 단장은 취재진한테 만약에 결승 올라가 우승하면 자기도 헹가래 쳐달라고 했어요. 괴로웠던 심정을 거꾸로 표현한 거예요. 그만큼 충격이 컸어요. 모든 걸 ‘하늘’에 맡긴 표정, 그랬어요. 그 하늘은 결승전 날도 송 단장을 팍팍 밀어줬어요. 경기 앞두고 내기 걸었어요. 스코어 맞추기. 사다리타기만큼이나 짜릿해요. 송 단장 과감히 ‘5-3 삼성 승리’ 걸었어요. 하루 전 감독은 취재진 모아놓고 “솔직히 3점도 내기 힘들다”고 말했지만, 단장은 과감히 베팅 했어요. 그리고 적중했어요. 사흘 전 약속 안 잊은 기자들이 “헹가래 던져드릴까요”라며 축하인사를 던져도 “됐습니다. 괜찮아요”라며 악수만 하고 말아요. 내기까지 이겨서 기쁨이 두 배 됐거든요.
양손 보따리 가득…정인욱 “난 조커 아닌 쇼퍼”
결승전이 끝난 뒤에요. 서로들 “수고했다”며 인사를 대신해요. 하지만 정인욱은 달랐어요. 아주 쿨하게 인정했어요. “전 한 게 없어요.” 그럴 만해요. 대회 앞두고 감독이 이래요. 한국시리즈 때처럼 말이에요. “정인욱은 조커다.” 듣기 좋은 말이에요. 아직도 초등학생 같은 동안, 감독님 말씀에 환하게 미소 짓느라 눈은 더 작아져요. 하지만 정인욱은 조커도, 키플레이어도 아니었어요. 마무리캠프에서 너무 힘 뺐나 봐요. 딱 한 경기 나왔어요. 그것도 0-9로 참패한 소프트뱅크전. 내용도 실망스러웠어요. 하마터면 그 손에서 콜드게임 패전 완성될 뻔했거든요. 키플레이어 포기한 대신 쇼퍼(shopper)로 변신했어요. 한국시리즈 우승하자마자 마무리캠프 가느라 사지 못했던 운동화, 대만에 온 첫 날 마음에 드는 걸로 싸게 샀어요. 기분 좋아요. 결승 하루 전 또 나갔어요. 양 손에 보따리 가득해요.
더블스틸 작전 실패…류중일 감독 역적될 뻔
26일 소프트뱅크와의 예선에서 삼성은 치욕적인 0-9 패배를 당했어요. 삼성으로서는 경기내용이 더 기분 나빴어요. 5회 1사 1·3루에서 더블스틸을 허용하는 등 무려 7개의 도루를 내줬어요. 삼성 내야는 시쳇말로 물이 됐어요. 류중일 감독, 속이 상하지 않을 리 없었어요. 명색이 한국야구 챔피언인데, 부끄럽기도 했을 거예요. 29일 결승을 앞두고 절치부심할 수밖에 없었어요. 삼성이 5-1로 앞선 5회초 2사 1·3루였어요. 이미 5회에만 5점을 뽑은 삼성. 하지만 1루주자 채태인과 3루주자 강봉규가 더블스틸을 시도하다 소프트뱅크 내야진에 가로막혀 공수교대가 됐지요. 누구의 사인미스였냐고요? 아니에요. 류 감독이 더블스틸 사인을 냈대요. 당한만큼 앙갚음을 하려던 것이지요. 그런데 어디 감독 맘대로 야구가 되나요? 일단 주자들부터 더블스틸을 할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 아니었어요. 상대를 봐가며 작전을 내야 하는 것인데…. 허 찌르려다 또 한방 먹은 셈이었지요. 그래도 이겼으니 류 감독의 미스는 역사 속에 묻히게 됐네요. 역시 류 감독은 단군 이래 최고의 복장인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