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농구부 최부영 감독(60)은 소문난 맹장이다. 전설적 사연도 많다. 경기 내용이 나쁘면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체육관까지 선수들을 뛰어가게 했다는 건 고전에 속한다. 벤치에서 내뱉는 고함은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듯하다.
그런 최 감독이 1일 용인체육관에서 시작하는 연세대와의 대학농구리그 챔피언결정전(3전 2선승제)에서는 의외로 다소곳한 모습을 보일지도 모르겠다. 한때 자신과 사제관계였던 정재근 감독(42)이 연세대 벤치에 앉아 있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 대표팀을 이끌 때 주전 포워드였던 정재근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재근이가 참 잘해줬는데 중국과의 결승에서 슛이 잘 안 들어가 안타까웠죠. 제자이자 후배와 맞붙게 된 걸 보니 세월이 많이 흘렀어요. 다른 경기와는 감회가 다르네요.”
현역 시절 ‘저승사자’로 불리다 지난달 15일 모교 사령탑에 오른 정 감독과 맞서는 최 감독은 올 시즌 옥황상제로 불릴 만하다. 경희대는 김종규와 김민구 등 호화 멤버를 앞세워 정규 시즌 22전승에 4강 플레이오프도 2연승으로 통과했다.
전승으로 코트 평정을 노리는 최 감독은 “더 새로운 전술은 없다. 방심하지 않고 압박하겠다. 연세대 박경상을 경계한다”고 말했다. 경희대는 정규시즌에 연세대를 4번 모두 제압했다. 정 감독은 “배우는 자세로 후회 없는 경기를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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