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윤혜숙(28·레프트·사진)은 팀 내에서 주장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팀이 3연패로 위기에 빠지자 실력과 리더십으로 이를 극복해 냈다. 윤혜숙은 11월30일 IBK기업은행전에서 팀 내 최다 득점인 13점을 올리며 3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수비 부분에서도 발군의 활약을 하고 있다. 팀 내 리시브(세트당 2.82개)와 디그(세트당 4.1개) 부분 1위다.
● 후배들 다독이며 분위기 전환 이끌어
디펜딩 챔피언 현대건설은 맏언니 윤혜숙과 주포 황연주(라이트)가 대표팀에 차출로 자리를 비우고, 용병 리빙스톤이 퇴출되는 어수선한 상황을 맞으며 3연패의 수모를 당했다. 사기가 꺾일 만했다.
윤혜숙은 소속팀으로 복귀한 이후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빠르게 정리했다. 그는 “사실 3연패를 당했던 인삼공사 전에서는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황)연주도 나도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뭔가 톱니바퀴가 맞아 돌아가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후배들의 기를 살려주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윤혜숙은 “풀이 죽어있는 후배들에게 지난해 삼성화재도 한 때 꼴찌였다가 우승을 했다는 얘길 하며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으니 절대 기죽지 말라고 했다. 또 박슬기나 등 루키들에게는 용병이 없는 것이 기회일 수 있다. 부담 없이 기량을 발휘해보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선수들 사이에서 가장 가깝게 소통하며 이끌어주는 일은 감독도 쉽게 할 수 없는 역할이다.
● 부상 견디며 홀로 개인 훈련
윤혜숙은 대표팀에서 체력을 소진한데다 목과 등 부상까지 입었다. 하지만 소속팀 복귀 후 아프다는 핑계를 댈 수 없었다. 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투혼을 발휘해야했다. 윤혜숙은 “대표팀에서 목과 등에 부상을 입었는데, 등쪽은 근육막이 살짝 찢어져 있다. 2단 공격할 때 통증을 느낀다. 하지만 부상을 탓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밤에 따로 개인 훈련을 하면서 감각을 빨리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윤혜숙은 용병이 없는 것도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용병의 결정적인 한 방이 아쉬운 순간도 있겠지만 우리들이 한 발 더 뛰면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현대건설은 용병을 잃었지만, 주장 윤혜숙을 중심으로 국내선수들의 결속력과 정신력이 더욱 단단해지는 효과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