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기자의 킥오프]‘생각하는 축구’가 부러운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3일 03시 00분


2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 훈련장에서 열린 한국 12세 대표팀과 바르사 알레빈(11, 12세)의 친선경기를 지켜본 한국 지도자들은 모두 혀를 내둘렀다. 화랑이 알레빈A(12세)에 0-4로 졌고 충무가 알레빈B(11세)에 1-2로 졌기 때문이 아니다.

화랑 사령탑을 맡은 김성진 포철동초 감독은 “바르사 선수들은 볼 터치가 안정적이고 빈 공간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뛰어났다”고 말했다. 충무를 지도한 반재남 충북 청남초 감독도 “볼을 컨트롤할 때 실수가 전혀 없다. 아주 자연스럽다. 우리 선수들이 볼 터치에서 실수해 공격권을 자주 내준 것과 달랐다”고 바르사 선수들을 칭찬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한국 지도자 18명은 한결같이 “바르사의 어린 선수들이 정말 공 잘 찬다”고 말했다. 동료가 볼을 잡았을 때는 다른 포지션 선수들이 먼저 움직여 빈 공간을 확보했다. 볼을 잡은 선수가 쉽게 패스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볼을 뺏기면 악착같이 달려들어 다시 뺏든지 아니면 차단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선수들의 체격은 작았지만 플레이가 리오넬 메시와 사비 에르난데스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뛰는 바르사 1군을 연상시킨다는 평가였다.

반면에 한국 선수들은 시차 극복이 덜 된 측면도 있지만 효율적이지 못했다. 볼 터치와 패스 실수로 상대에게 공격권을 자주 내줬다. 패스가 두세 차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볼을 뺏겼을 때도 따라붙다 금세 포기했다. K리그를 그대로 닮은 것 같아 안타까웠다. 한 지도자는 “한국 선수들은 축구의 기본보다는 이기는 것만 배워서 그렇다”고 한탄을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을 맡았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열심히는 뛰는데 축구를 할 줄을 모른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언제 어디로 움직일지를 몰라 개인과 팀이 조화되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어려서부터 축구의 기본을 잘 배워야 한다. 세계 최고의 팀으로 일본과 중국 등에서 벤치마킹하러 오는 바르사에서 한국의 유망주와 지도자들이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가길 기대한다.

양종구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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