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롯데 동료로 절친한 사이였던 130kg 이대호(오른쪽)와 115kg 최준석이 9월 18일 잠실 경기 도중 1루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동아일보DB
이대호는 일본 오릭스에 입단하기 전까지 국내 프로야구 선수 중 가장 무거운 선수였다. 몸무게는 무려 130kg. 거구인 탓에 2루타성 타구를 날리고도 1루에 머물곤 했다. 오릭스의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이 “살을 빼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대호는 올 시즌 직후 등산과 수영, 요가로 10kg을 뺐다. 100kg의 거구였던 한화 최진행도 다이어트 삼매경에 빠져 있다. 그는 지난 한 달간 일본 나가사키 마무리 훈련에서 5kg을 줄였다.
스포츠 전문가들은 뚱뚱하다고 무조건 나쁜 건 아니라고 말한다. 강흠덕 두산 트레이너(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장)는 “유명한 홈런 타자들은 대부분 체중이 많이 나간다. 체중이 받쳐줘야 파워 배팅을 할 수 있다. 특히 가슴둘레가 큰 게 특징이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70홈런을 친 마크 맥과이어(은퇴)는 113kg, 통산 최다 홈런 기록(762개)을 보유한 배리 본즈(은퇴)는 108kg이었다.
체육과학연구원 송주호 박사는 “운동량은 속도×질량이다. 몸이 무거워야 체중을 실어 공을 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체중이 많이 나가면서 몸이 유연한 선수들이 장타력을 갖고 있다. 뛰는 데 무거움을 느끼거나 옆구리 살이 쪄서 스윙이 힘들 정도가 아니라면 굳이 체중을 뺄 이유는 없다”고 했다.
이대호의 빈자리를 채울 차세대 빅보이는 두산 최준석과 KIA 박성호다. 둘 다 115kg으로 현역 선수 가운데 가장 무겁다. 강흠덕 트레이너는 “최준석의 몸무게는 115kg에서 늘었다 줄었다 한다. 본인이 살을 빼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쉽진 않다”고 했다. 야간경기가 끝난 뒤 야식을 먹는 프로야구단의 특성 때문이다.
각 구단 트레이너들은 시즌 중에는 거구의 선수들에게 몸무게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다. 선수 본인이 체중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이다. 강 트레이너는 “김동주는 평소 100kg이 넘지만 체지방량보다 근육량이 많아 별문제가 없다. 반면 최준석은 체지방량이 많아 시즌이 끝난 뒤 달리기 등으로 체중 감량을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투수, 포수, 내야수와 외야수 등 포지션별로 가장 무거운 선수로 한 팀을 꾸리면 어떨까. 투수는 KIA 박성호, 포수는 SK 조인성(108kg)이 맡고 내야는 1루수 두산 최준석, 2루수 한화 정원석(90kg), 3루수 전 두산 김동주(102kg), 유격수는 롯데 황재균(88kg)이 자리를 잡는다. 외야수는 나란히 100kg인 두산 김현수, 한화 최진행과 전 한화 가르시아가 꼽힌다. 베스트9의 총 몸무게는 918kg으로 평균 102kg에 이른다. 사령탑으로는 KIA 선동열 감독(97kg)이 가장 무겁다.
올 시즌 8개 구단 선수의 평균 체중은 84.09kg. 평균 체중이 가장 무거운 팀은 롯데(85.22kg)였고 가장 가벼운 팀은 넥센(83.0kg)이었다. 가장 가벼운 선수는 올해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29순위로 두산에 지명받은 이규환(65k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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