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는 기술위원회를 열어야하는 최소한의 절차도 없이 대표팀 감독을 경질했다. 이에 대해 8일 공식기자회견에서 날선 질문이 여러 차례 나왔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의 대답은 오락가락했다. 처음에 그는 “신임 기술위원들에 대해 발표는 안 했지만 어느 정도 선임이 됐고 한 차례 모인 적도 있다”고 했다. 잠시 후에는 “만일 신임 기술위원들이 선임됐다 해도 그들은 내용을 잘 모르지 않느냐. 그러나 현 기술위원장인 내가 잘 알고 있다. 부회장단과 논의했으니 큰 문제는 없다”고 말을 바꿨다. 변명치고는 논리가 너무 허술하다.
백번 양보해 황보 위원장 말에 일리가 있다 치자. 그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한 가지가 전제돼야 한다. 황보 기술위원장이 현 대표팀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 과연 그럴까. 황보 위원장은 올 5월 기술교육국장에 취임했다. 기술교육국장은 당연직 기술위원이다. 그가 기술위원이 되고 나서 이회택 전 기술위원장이 주재한 기술위원회가 4번 열렸다. 그러나 황보 위원장이 참석한 건 8월22일 6차, 10월17일 7차 기술위원회 등 두 차례뿐이다. 황보 위원장은 11월9일 이 전 위원장의 뒤를 이어 기술위원장이 됐다. 당시에는 대표팀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레바논과 월드컵 3차 예선을 위해 원정을 떠나 있었다. 당연히 황보 위원장은 중동 원정에 함께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그가 위원장이 된 지는 한 달도 채 안 됐고 해외 원정조차 동행한 적이 없다. 기술위원일 때도 회의에 참석한 건 두 번 뿐이다. 황보 위원장이 협회 고위 인사들과 감독 경질을 논의할 만큼 대표팀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을 갖췄다고 봐야하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