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한민국 대표 거포 2명의 운명이 교차된다. 이대호(29)가 한국을 떠나 일본리그에 도전장을 내밀고, 이승엽(34)은 8년간 몸담았던 일본에서 돌아와 한국무대를 다시 밟는다. 이제 관심사는 ‘과연 이들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다.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두 선수의 청사진을 ‘맑음’으로 그렸다.
○오릭스로 가는 이대호
김태균(29)과 이범호(30·KIA)는 각각 일본 지바롯데와 소프트뱅크로 진출했지만 중도에 복귀했다. 일본리그에서 적응하는 게 그만큼 쉽지 않다는 방증. 하지만 이 위원은 “(이)대호는 한 방도 있지만 몸쪽 볼, 변화구를 칠 수 있는 컨택트 능력이 탁월하다”며 “일본 투수들을 상대로 충분히 안타와 홈런을 생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단, 주의할 점이 있다. ▲자신이 용병신분이라는 점 ▲오릭스가 약팀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일본 선수들 입장에서 이대호는 용병이다. 몸쪽 볼이나 위협구를 던지는데 거리낌이 없다. 그와 정면승부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팀 타선의 파괴력이 적어 볼넷이나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켜도 별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이 위원은 “그동안 (이)대호가 뛰어난 타자이기도 하지만 한국투수가 인기구단 롯데의 간판타자를 상대로 몸쪽 볼을 던지는 게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일본은 얘기가 다르다. 계속 안 좋은 볼로 승부하고 머리 쪽으로 공을 던지는 것도 불사하면서 상대의 (타격)밸런스를 무너뜨리려고 할 것이다. 마음이 조급해져서 안 좋은 볼에 방망이가 나가기 시작하면 힘들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릭스에서 돌아온 이승엽
반면 이승엽은 8년간 그런 투수들과 싸워왔다. 이 위원이 한국무대로 돌아온 그의 활약을 기대하는 이유다. 이 뿐만 아니다. 이 위원은 “(이)승엽이는 원래 레벨이 다른 타자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용병신분에서 벗어났다는 점 ▲친정팀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는 점 ▲돌아온 팀이 강호 삼성이라는 점에서 그의 내일을 밝게 한다”고 했다.
내년 시즌 삼성의 예상 클린업트리오는 이승엽∼최형우∼박석민이다. 상대팀 입장에서는 이승엽을 거르고 싶어도 뒤에 장타자들이 버티고 있어 여의치 않다. 1점만 내도 막강한 투수력으로 경기를 매조지하기 때문에 부담은 두 배. 이 위원은 “일본 투수들도 (이)승엽이가 요미우리에 있을 때와 오릭스에 있을 때 상대하는 법이 분명 달랐을 것”이라며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단 선수 자체가 가지는 위압감에, 삼성이라는 강팀이 뒤에서 버티고 있어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배트스피드가 예전 같지 않다는 등의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