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관? 양승호?’ ‘주윤발? 김진욱?’ 롯데 양승호 감독(왼쪽)은 “난 소방차”라고 말한다. 80년대 인기그룹 소방차의
정원관(왼쪽 작은사진)과 자신의 얼굴이 닮았다는 의미다. 양 감독은 “두산 김진욱 감독은 주윤발(오른쪽 작은사진)이다. 그래서 김
감독 옆에는 서지 않는다”며 농담을 던졌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트위터@k1isonecut
2011동아스포츠대상은 ‘말의 성찬’이었다. 5대 프로스포츠의 최고 별들은 실력뿐만 아니라 입담도 출중했다. 시상식장 안에는 시종일관 웃음꽃이 끊이질 않았다.
● 롯데 양승호 감독의 겸손형 개그
롯데 양승호 감독 곁에서는 항상 폭소탄이 터진다. 웃음 뒤의 느낌도 상쾌하다. 상대를 깎아내리는 개그 코드가 아니기 때문이다. 양 감독은 주로 자신을 낮춤으로써 즐거움을 선사한다. 올시즌 초반 롯데가 고난의 행군을 할 때는 자학형 개그였지만, 이제는 겸손형 개그가 됐다. 동아스포츠대상에서도 양 감독의 재치가 빛났다. “나는 두산 김진욱 감독 옆에는 안 가요.” 그 이유는 이렇다. “김 감독은 주윤발 닮았잖아. 나는 소방차고.” 주윤발은 1990년대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홍콩의 미남 영화배우. 김 감독의 현역시절 별명이기도 하다. 반면, 양 감독은 그룹 소방차의 정원관을 닮았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고 한다. ‘미남 옆은 꺼려진다’는 양 감독의 한마디에 주변은 또 한번 웃음바다가 됐다.
● 전자랜드 문태종, “나도 한 때 리틀 야구 선수”
동아스포츠대상의 후보는 한국국적 선수를 대상으로 한다. 귀화선수인 문태종(전자랜드)의 남자프로농구 올해의 선수 수상은 이제 그가 진짜 한국인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부인 니콜, 딸 나오미(생후 11개월)와 함께 시상식에 참석한 문태종은 “이 상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비 시즌 기간동안 국가대표로 뛰어서 피곤한 것도 사실이다. 아직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대표팀에서 나를 필요로 하고 내 몸이 허락한다면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종목 선수들을 본 것은 처음이다. 나도 사실은 야구를 했었다”며 어린 시절의 추억담을 꺼냈다. 문태종은 군인인 부친을 따라 한 때 벨기에에서 거주했다. 타고난 운동신경으로 부대 내의 리틀 야구팀을 누빈 그의 포지션은 투수였다. 그는 “직구가 나의 최고 무기였다”며 환하게 웃었다.
● 프로골퍼 이보미 “경품 당첨, 감사합니다”
올해 여자프로골프 올해의 선수 시상자는 전년도 수상자인 이보미. 2010동아스포츠대상 시상식장에서 이대호(롯데) 등의 사진촬영 공세에 시달린 그녀는 올해도 류중일(삼성) 감독 등 야구인들에게 큰 인기였다. 하지만 지난해만큼 밝은 표정은 아니었다. 사람 욕심은 끝이 없는지라, 2011년 수상자 김하늘(비씨카드)에게 부러운 마음도 있었기 때문. 하지만 시상식이 끝난 뒤 경품 추첨 시간이 되자, 이보미의 얼굴은 지난해처럼 밝아졌다. 류현진이 추첨한 결과, 50만원 상당 상품권의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그녀는 “상을 못 받아 조금 의기소침하기도 했는데, 너무 기쁘다. 날씨가 꽤 추워졌는데 코트라도 한 벌 해 입어야겠다”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