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투어 상금왕 석권 도널드 e메일 인터뷰 “골프 잘하게 하는 힘, 그것은 가족”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4일 03시 00분


4대 메이저대회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3개 대회 상금 합계 210만 유로(약 32억 원)가 미국과 유럽 투어 상금에 중복 포함. 실제 양대 투어 상금 합계는 약 109억 원.
4대 메이저대회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3개 대회 상금 합계 210만 유로(약 32억 원)가 미국과 유럽 투어 상금에 중복 포함. 실제 양대 투어 상금 합계는 약 109억 원.
올 시즌 사상 처음으로 미국과 유럽 프로골프투어 상금왕을 석권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루크 도널드(34·잉글랜드). 10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상금왕에 등극한 뒤 11일 끝난 두바이 챔피언십에서 유럽투어 상금왕마저 거머쥐었다. 이 대회 종료 후 그는 양쪽 검지로 하늘을 가리키며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기쁨을 표현했다. 13일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29주째 1위를 지킨 그는 지난달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는 아픔을 겪은 뒤 나흘이 지나 둘째 딸이 태어나는 기쁨을 누렸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소용돌이친 도널드의 올 한 해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양대 투어의 상금왕을 휩쓸었다.

“두 번 다시 할 수 없는 업적이다. 노력한 만큼 결과와 운이 따랐다. 이정표를 세울 수 있다는 기대감 속에 자만하지 않고 한 걸음씩 다가선 결과다. 내년에는 해본 적이 없는 메이저 우승에 집중하겠다.”

―미국투어 마지막 대회 때 후반 9홀에서 6연속 버디를 하면서 상금왕을 결정지었는데….

“골프는 멘털 게임이다. 성공을 향한 의지와 투지가 다른 선수보다 강했다고 생각한다. 그 바탕은 물론 부단한 연습이다. 최상의 샷과 퍼트를 할 수 있도록 늘 준비했다.”

175cm, 73kg인 도널드는 평균 드라이버샷 비거리가 280야드대로 투어에서 바닥인 140위권이다. 장타자가 판치는 필드에서 ‘루저’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평균 타수는 1, 2위를 다툰다. 거리의 약점을 정교한 쇼트 게임과 퍼트로 만회한다. 올해 449홀 동안 3퍼트를 하지 않았다. PGA투어 3퍼트 회피율 1위이며 1.5∼3m 거리의 퍼트 성공률도 1위(65.81%)다. 2008년 손목 부상으로 6개월을 쉬는 동안 치핑과 퍼팅에만 집중했던 효과를 보고 있다.

―아무래도 비거리의 부담이 있을 텐데….

“물론 350야드를 친다면 편할 것이다. 하지만 남의 떡을 욕심내기보다는 내가 가진 재주를 키우는 게 낫다. 페어웨이를 지키고 그린 적중률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는 퍼팅이 그 어느 때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다줬다. 하늘도 돕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대학(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미술을 전공했는데….

“가족 모두가 미술을 즐겼다. 형제들도 학교에서 미술에 전념했고 나 또한 그랬다. 미술은 오랜 시간 한 가지 일(작품)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에 높은 집중력과 인내심, 넓게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예술적인 측면을 골프에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도널드는 가정적인 골퍼로도 유명하다. 치열한 상금왕 레이스를 펼치는 동안에도 아내의 출산을 돕느라 대회 출전을 자제했을 정도다.

―가족이 주는 의미는 뭔가. 양대 투어를 뛰다 보면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을 텐데….

“가족을 그 무엇보다 먼저 생각하며 소중하게 여긴다. 가족은 내 전부다. 지난해 첫딸을 얻은 뒤 성적이 향상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이번에 아버지가 떠나시면서 손녀를 세상에 주신 것 같다.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커졌고 나를 더 성장시키도록 채찍질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가족은 모든 일을 할 때 균형감 있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가족과 떨어져 있을 때면 화상전화 등으로 매일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하려고 노력한다. 잭 니클라우스(미국)를 롤 모델로 삼았는데 골프와 가정의 밸런스를 잘 조절하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한국 남자 골프도 세계적인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 속에 미국 및 유럽투어에 진출하는 선수가 늘고 있다.

“최경주, 양용은과 함께 경기를 했다. 둘 다 주위 사람을 편하게 해줬다. 골프 선수로서 열정을 지녔고 대단한 우승을 이뤘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 선수를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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