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 물고 돌아온 제자들… 흥부 신났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7일 03시 00분


홍명보 감독의 도움 받은 김귀현, 김영권, 심서연… 내일 열리는 자선축구 동참“남에게 도움줄 수 있어 행복”

“사랑과 희망을 나누기 위해 선후배가 뭉쳤다.” 18일 홍명보장학재단이 주최하는 자선경기에 참가하는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이 파이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귀현, 심서연 선수, 홍명보 감독, 김영권 선수.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사랑과 희망을 나누기 위해 선후배가 뭉쳤다.” 18일 홍명보장학재단이 주최하는 자선경기에 참가하는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이 파이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귀현, 심서연 선수, 홍명보 감독, 김영권 선수.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별명은 ‘흥부’다. 홍 감독은 “누가 이 별명을 붙였는지 모르겠어요”라고 하지만 후배들을 보살피고 자선경기를 통해 소외계층 어린아이들을 돕는 그의 모습은 ‘흥부전’ 속에서 제비 다리를 고쳐준 흥부와 똑 닮았다. 홍명보장학재단이 주최하는 자선축구경기가 18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9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올해에는 정식 축구경기가 아니라 실내 풋살로 치러진다.

이번 경기가 더욱 뜻깊은 이유는 홍 감독에게 도움을 받았던 젊은 선수 3명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김귀현(21·벨레스 사르스필드) 김영권(21·오미야) 심서연(22·여·고양 대교)이 그 주인공이다.

아르헨티나 리그에서 뛰고 있는 김귀현의 아버지는 폐질환을 앓고 있다.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들이 방송에 나오는 것이다. 김귀현은 홍 감독 덕분에 아버지의 소원을 이루어줄 수 있었다. 올해 3월 27일 올림픽대표팀과 중국의 평가전을 앞두고 홍 감독이 그를 선발한 것이다. 김귀현은 “나에게 기회를 준 홍 감독님의 자선경기에 참가할 수 있게 돼 좋다. 축구를 통해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영권은 홍 감독에 의해 올림픽대표팀에 발탁되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수비수이면서도 고비마다 중요한 골을 넣었다. ‘골 넣는 수비수’ 김영권은 “감독님에 대해 가정사 빼고는 모두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자선경기 때마다 참가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며 “감독님 혼자서만 자꾸 하시지 말고 자선경기 때마다 나도 불러 달라”며 홍 감독의 눈치를 살폈다. 홍 감독은 “돈도 많이 버는데 사회에 기부 좀 하는 것이 어떠냐”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에서 남자 선수들과 함께 뛰게 된 심서연은 ‘얼짱 축구선수’로 통한다. 여자축구대표팀에서 그를 지켜본 최인철 전 감독은 “스피드와 몸싸움이 뛰어나 앞으로 한국 여자축구를 이끌어갈 선수”라고 평했다. 홍 감독은 그를 섭외한 이유에 대해 무표정하게 “예뻐서”라고 답했다. 농담을 들은 심서연은 쑥스러워하면서도 “함께하게 돼 기쁘다. 선수로 성공한 뒤 내 이름을 건 자선축구대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 모두 홍 감독과 맺은 인연의 계기는 다르지만 의기투합했다. ‘흥부전’에서는 흥부에게 도움을 받은 뒤 흥부를 돕기 위해 행운의 박씨를 물어다주는 제비가 등장한다. 이들은 ‘흥부’ 홍 감독을 도우려는 제비 역할을 자처하며 소외된 이웃돕기에 나섰다.

홍명보장학재단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자선경기를 통해 총 16억6000만 원의 수익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서울시복지재단에 기부했다. 홍 감독은 자선경기 첫해인 2003년 당시 14세였던 이모 군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홍 감독은 “이 군은 뇌종양을 앓고 있었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굉장히 위급한 상태였다. 우리는 자선경기 수익금으로 수술비를 지원했고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이 군은 건강을 되찾아 다음 해 자선경기에서 시축을 했다”며 뿌듯해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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