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통큰 선언… “연봉 백지위임 유소년 기금에 전액 내놓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0일 03시 00분


한화 “1억원 더 줄 수도”

“내 연봉을 놓고 주위에서 여러 말이 나오는 게 너무 싫었다. 돈 문제에 연연하지 않고 한국에서 명예롭게 뛴 뒤 은퇴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박찬호(38·사진)가 통 큰 결단을 내렸다. 그는 내년에 자신이 받을 연봉 전액을 유소년 야구 발전 기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이런 마음을 굳힌 박찬호는 19일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한화 노재덕 단장, 이상군 운영팀장과 만나 연봉을 구단에 백지 위임했다.

노 단장은 “박찬호가 구체적으로 연봉을 어디에 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아마추어 야구 발전을 위한 도네이션(기부)을 하고 싶다고 했다. 야구 꿈나무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야구에 전념하도록 돕겠다는 얘기였다”고 전했다.

이제 공은 한화로 넘어왔다. 한화 구단은 박찬호의 연봉 백지 위임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한화는 그동안 박찬호의 연봉에 대해 “한화 김태균(연봉 15억 원)이나 삼성 이승엽(8억 원+옵션 3억 원)만큼 주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에이스 류현진의 올 시즌 연봉(4억 원) 수준으로 생각해 왔다. 협상을 통해 적절한 금액에 합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박찬호가 자신은 한 푼도 받지 않고 야구 꿈나무들을 위해 모두 쓰겠다며 연봉을 백지 위임하자 너무 적게 주기도, 너무 많이 주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일단 한화는 박찬호의 뜻을 존중해 어느 정도 연봉을 올려줄 것을 고려하고 있다. 노 단장은 “박찬호가 연봉을 좋은 일에 쓴다면 1억 원 정도는 더 줄 수도 있다”라면서도 “구단 살림을 고려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찬호는 이날 “그토록 원했던 한국 무대에서 야구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 한화 구단과 야구 관계자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올해 일본에서 많은 공부를 했고 국내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팀워크에 신경을 써서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화는 20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박찬호의 공식 입단 기자회견을 열고 연봉을 발표할 계획이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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