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백순길 단장(사진)은 전형적인 ‘경상북도 남자’다. 말은 짧고, 직설적이다. 이렇게 강한 이미지 때문에 오해도 사지만 절대 꼼수를 부리지 않는다는 것이 주변의 평판이다. 백 단장이 지난 16일 LG 조직개편에서 운영팀장을 겸하기로 결정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내부적 역학관계나 바깥의 시선은 배제하고, 오직 ‘필요에 따라’ 움직인 판단이었다.
이런 백 단장의 현장주의를 잘 드러내주는 일화가 있다. LG 안에서는 요즘 백 단장이 점심시간만 되면 사라지는 것을 두고 궁금증이 일었다. 처음에는 약속이 잡혀서 그런 줄 알았는데 갈수록 횟수가 늘어났다. 정시에 출근해 점심 때 사라져서 2∼3시간 지난 오후에 사무실로 돌아온다. 알고 보니 백 단장의 ‘점심 잠행’의 목적지는 단 한 곳이었다. 바로 LG 2군 연습장이 있는 경기도 구리에 다녀오는 것이었다. 백 단장은 “어차피 먹을 점심, 구리에서 훈련하는 우리 선수들과 먹으며 현장 얘기라도 듣는 게 낫지 않나”라고 주변에 그 이유를 들려줬다.
이런 백 단장의 파격 행보는 최근 알려진 ‘팬과의 만남’에서도 드러난다. 팬페스티벌을 자체 개최한 팬 10여 명과 서울 모처에서 자리를 가져 경청했다는 후문이다. “단장이 일이 터질 때마다 팬을 상대하자면 뒷감당하기 어렵다”는 당연한 걱정도 나오지만 바로 이런 직선적 행보 덕분에 LG를 바라보는 눈길이 온건해지는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