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왼손투수 김광현(23)이 이를 악물었다. 그의 올해는 혹독했다. 올 시즌 4승 6패 평균자책 4.84. 포스트시즌에서 세 번 등판해 모두 5회를 넘기지 못한 채 2패뿐이었다. 에이스다운 모습은 아니었다.
28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그를 만났다. 6일부터 매일 오전 11시부터 2시간 동안 러닝과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며 땀을 흘렸다. 아직 공은 던지지 않고 있다. 그는 “내년에 아프지 않고 한 시즌을 소화해야 한다. 완벽하게 몸을 만든 뒤 공을 잡을 것”이라고 했다.
김광현은 올해 자신의 공을 던지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타자를 힘으로 제압하는 파이터 김광현을 되찾겠다는 거였다.
○ 무기력했던 2011년
김광현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챙겼다. 프로에 데뷔한 2007년(3승 7패)을 제외하고 에이스로서 제 몫을 했다. 지난해 다승왕(17승 7패)이었던 그가 올해는 흔들렸다.
―올 시즌은 공이 위력적이지 않았던 이유는….
“초반부터 꼬였다. 승수를 챙기지 못하면서 마음이 급해졌다. 어깨가 아프지는 않았는데 느낌이 뻑뻑했다. 부드럽게 공을 던지기 어려웠다. 볼 끝도 무뎌졌다. 자신감이 떨어졌다.”
―포스트시즌 때도 부진했는데….
“솔직히 그때도 어깨 상태가 안 좋았다. 팀 사기를 생각해 ‘무조건 던지겠다’고 했지만 스스로 실망스러웠다. 지난 몇 년간 무리한 건가 생각도 했는데 핑계일 뿐이다. 내가 관리를 잘못한 책임이 크다.”
―그런데도 마운드에서 자주 웃더라.
“일부러 웃었다.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속으로 ‘지금 많이 쳐라. 내년엔 그렇게 못할 거다’라고 되새겼다. 선수생활을 올해만 하는 게 아니니까.”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내년 연봉(2억5000만 원)이 2000만 원 깎였다.
“내가 못했기에 할 말은 없다. 오히려 구단이 연봉을 조금만 깎는 배려를 해줬다. 내년에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 용띠 광현, 용의 해에 부활
김광현은 1988년 용띠다. 내년은 용의 해여서 각오가 남다르다. 그의 내년 시즌 목표는 180이닝 이상을 던지고 볼넷을 50개 이하로 줄이는 것이다. 선발로 경기당 평균 6, 7이닝을 소화할 정도로 투구수를 조절하겠다는 각오다.
―내년 승부구는 뭔가.
“제구력을 다듬을 거다. 스트라이크 비슷한 볼을 연마하겠다. 종횡으로 휘는 슬라이더와 슬로커브 등 변화구의 완급 조절에 신경 쓸 생각이다.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면서 오랜 이닝을 버티고 싶다.”
김광현의 트레이드마크는 역동적인 투구폼이다. 오른발을 높게 든 뒤 왼손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모습은 힘이 넘친다. 불세출의 투수 고 최동원(전 한화 2군 감독)의 왼손 버전 같다. 김광현에게 내년에 시속 150km 직구를 볼 수 있느냐고 묻자 “아프지만 않다면 가능하다”며 웃었다.
○ ‘야생마’ 이상훈 같은 파이터가 꿈
SK 에이스 김광현이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공을 들어 보이며 밝게 웃고 있다. 1988년생 용띠인 김광현은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4승에 그쳤던 올해를 뒤로하고 용의 해인 내년 화려한 부활을 다짐했다. 인천=김동주 기자 zoo@donga.com김광현의 우상은 이상훈(전 SK)이다. 이상훈은 LG 시절인 1995년 20승(5패)을 거둔 왼손 에이스였다. 김광현은 어릴 적부터 거침없이 공을 던지는 이상훈의 투구 폼을 따라하곤 했다.
―이상훈의 어떤 점이 좋았나.
“한판 붙어보자는 마인드가 멋있었다. 내 이미지도 마운드에서 활기차고 근성 있는 모습이라고 믿는다. 내년에 ‘칠 테면 쳐보라’는 식으로 타자를 압도하고 싶다.”
―김광현이 본 김광현은 어떤 사람인가.
“겉으로는 생각 없이 잘 웃고 밝아 보인다. 하지만 속으로는 생각이 많고 사소한 일에 상처를 받는다. 내 겉모습처럼 털털하고 긍정적인 김광현이 되도록 노력할 거다.”
그는 올해 용띠 동갑 선수들의 수난시대였다고 했다. 2006년 쿠바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결승에서 미국을 4-3으로 꺾고 우승한 주역이었던 그와 임태훈(두산)이 그랬다. 김광현은 연말 모임에서 임태훈을 만나 “지금은 힘들지만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며 서로를 격려했다고 한다.
김광현은 “나는 죽지 않았다”고 했다. “내년에는 타자와 힘으로 맞서 밀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 ‘광현이가 돌아왔다’고 하지 않겠느냐”는 그의 얼굴엔 자신감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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