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추신수’ 꿈꾸는 이학주 “호세 레예스같은 슈퍼스타 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일 03시 00분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낯선 미국 땅. 그나마 2년 만에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됐다. 그는 지난해 초 새 터전이 된 미국 플로리다 주 포트샬럿 앞바다에 머리도 식힐 겸 낚싯대를 드리웠다. 그날 60cm 정도 되는 새끼 상어를 잡았다. 자신도 믿기 힘든 일이라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까지 찍었다. 탬파베이 산하 더블A 몽고메리의 유격수 이학주(22·사진)는 상어를 낚을 만큼 운이 좋은 사나이다.

이학주는 충암고 3학년이던 2008년 계약금 115만 달러(약 13억2400만 원)에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이 크게 작용했다.

당초 컵스 스카우트의 표적은 투수 홍상삼(현 두산)이었다. 이학주는 “당시 동대문에 있던 스카우트들에게 날 알리기 위해 일부러 ‘오버’를 좀 했다. 땅볼을 치고 1루까지 전력질주했고 방망이도 힘껏 휘둘렀다”고 했다.

고교 3년간 그의 성적은 타율 0.321에 12타점이었다. 홈런은 1개도 치지 못했다. 하지만 컵스 스카우트는 유격수로서의 발전 가능성에 주목했다. 한국 스카우트 대부분의 예상을 깨고 그는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지난 시즌을 싱글A 샬럿에서 시작했다. 97경기에 나서 팀 내 최고인 타율 0.318에 28도루를 기록한 뒤 더블A팀 선수로 승격했다. 클리블랜드의 중심타자로 성장한 추신수가 네 번째 시즌 만에 더블A로 승격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학주도 차근차근 빅리거의 길을 밟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 야구전문 사이트인 ‘베이스볼아메리카’는 2012시즌 탬파베이 유망주 전체 2위로 그를 선정했다. 2015년에는 이학주가 팀의 주전 유격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학주는 “컵스 시절이던 2010년 초엔 너무 야구를 못해 울기도 많이 울었다. 하지만 신수 형이 같은 길을 걸어 성공한 게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지난 시즌 중엔 미국에서 추신수를 만나 좋은 얘기도 많이 들었다. 둘은 모두 ‘슈퍼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 사단에 속해 있다.

이학주는 강단이 있는 편이다. 미국에 처음 온 2009년 자신을 놀리는 한 흑인 선수에게 이단 옆차기를 날리기도 했다. 미국 동료들과도 친하게 지내고, 감독이나 코치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간다.

꿈도 크다. “평범한 메이저리거가 아니라 이왕이면 슈퍼스타가 되고 싶다”는 거다. 닮고 싶은 선수는 최근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뉴욕 메츠에서 마이애미로 이적한 유격수 호세 레예스다. 레예스는 6년간 1억600만 달러(약 1220억 원)라는 대박을 터뜨렸다.

이학주는 정확한 콘택트 능력과 빠른 발, 강한 어깨를 갖고 있지만 파워가 부족한 편이다. 레예스 역시 비슷하다. 다만 레예스처럼 홈런을 10개 내외까지 끌어올리려고 체중을 2년 전에 비해 10kg 이상 불렸다. 젓가락 같던 몸이 키 189cm에 몸무게 90kg으로 건장해졌다.

그는 “2년 안에 빅리그 진출을 목표로 죽을힘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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