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호(25·바젤FC)는 2012년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2011∼2012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전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UEFA 챔스리그 16강전 이상을 뛴 한국선수는 박지성(맨유), 이영표(밴쿠버) 이어 박주호가 3번째다. 유럽에서도 드문 왼발을 쓰는 왼쪽 풀백이다. 하지만 그는 소속팀에서는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도 대표팀에 합류하면 기대이하였다. 지난해 연말에는 아예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 휴식기를 맞이해 일시 귀국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박주호를 만나 첫 경험한 UEFA 챔스리그와 대표팀 재발탁 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정적인 수비에 공격도 능해 에브라의 꾸준함 배우고 싶다
맞대결때 교환한 박지성 형의 유니폼 신주단지 모시듯 모셔둬
K리그가 끌리는 이유? 원없이 한국말하며 볼 찰 수 있으니깐…하하 - 챔스리그 16강전을 뛰는 3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상대는 바이에른 뮌헨이다. 독일대표팀 선수들이 많고, 분데스리가 챔피언 팀이다. 조별리그에서 만났던 맨유의 나니와 다른 스타일의 윙어를 상대해야 한다. 로벤, 리베리 등은 드리블이 좋고 공격 성향이 강하다. 준비를 잘해야 한다. 기대된다. 개인적으로는 또 한번의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 직접 몸으로 느껴본 챔스리그 분위기는.
“경기를 준비할 때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경기 직전에 나오는 챔스리그 노래를 들으면 느낌이 확 다르다. 일종의 전율 같은 걸 느꼈다.”
- 맨체스터 원정 때 많이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는 워낙 구장이 커 위압감 같은 것을 느꼈다. 너무 긴장한 탓인지 앞도 잘 안보일 정도였다.(웃음) 나중에 이야기를 해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선수들 모두 다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생각대로 움직여지지 않더라. 많이 위축됐다.”
- 그 뒤로는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맨체스터 원정에서 3-3으로 비기고 자신감을 얻었다. 만약 우리가 벤피카(포르투갈)와 붙고 난 뒤 맨유를 상대했다면 결과가 또 달라졌을 것 같다. 맨유 경기를 통해 우리는 가능성을 얻었고, 이후 경기에서는 어떤 팀을 만나도 위축되지 않았다. 맨유와의 홈경기도 우리는 전혀 위축되지 않고 즐기며 경기했다. 나도 모르게 경험이 쌓인 것 같다.”
- 박지성과의 맞대결 때 어떤 장면이 기억나나.
“에피소드가 있을 수 없었다. 선수들이 모두 경기 끝나고 바로 빠져나가더라. 이야기도 못했다. 맨체스터 원정 가서 ‘수고하셨습니다’라고만 했다. 지성이형과는 대표팀에서 자주 못 만났다. 게다가 우리 팀 일정이 워낙 빡빡해서 따로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없었다. 당시 교환한 유니폼은 잘 모셔뒀다.”
- 스위스리그에 대해 소개한다면.
“4∼5팀이 우승을 위해 매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스위스에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잘해서 빅리그로 진출하는 케이스가 많다. 프랑스리그 경기를 직접 본 적이 있는데, 스위스는 그만큼 거칠지 않다. 그렇다고 스위스가 몸싸움이 약한 축구를 하는 나라는 아니다. 선수들과 부딪히는데 체력소비가 무척 심했다. 그 때문에 많이 피곤했다. 그런데 적응하니까 괜찮아졌다. 중소리그에서 이런 경험을 먼저 쌓는 게 나중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본다.”
- 유독 대표팀만 오면 부진했다. 이유가 뭔가.
“난 대표팀에서 경쟁자 중 한명이었다. 경쟁하다 낙오되는 일이 반복됐다. 다 내 탓이다. 짧은 시간에 뭘 보여줘야한다는 성급함에 심리적으로 무너져 훈련장이나 경기장에서 경기력이 잘 안 나왔다. 최근 (이)근호형과 이야기를 했는데 대표팀에서는 마음을 비우고 희생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할 것 같다. 챔스리그 출전이 도움이 될 것 같다. 공격 욕심을 버리고 나니만 잡자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는데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 빅리그 진출을 위해 더 발전시켜야 할 부분은.
“수비는 두말할 것 없이 잘 해야 한다. 위치선정, 신장이 작아서 위치선정에 따른 헤딩능력도 키워야 한다. 공격은 많이 가담하지는 않지만 1∼2번이라도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맨유의 에브라가 롤 모델이다. 에브라는 수비에 안정감이 있고, 간혹 공격에 가담해 포인트를 올린다. 꾸준한 에브라처럼 되고 싶다.”
- J리그를 통한 유럽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정말 강한 정신력을 가져야 한다. 이거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절실하게 목표를 갖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아야 한다. 한국에서는 대학이나 프로에서 철저한 관리를 받지만 일본에서는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우리는 일본에서 용병이다. 요즘 어린 선수들은 자기 관리를 잘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 경우는 J리그 약체 팀에 입단해 강팀으로 이적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 바젤 전 감독이 현재 손흥민이 소속된 함부르크 감독이다. 조언 한마디.
“핑크 감독이 나에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바젤에 입단한지 얼마 되지 않아 부상(햄스트링)으로 안 좋았다. 그런데 감독이 부르더니 서두르지 말라고 했다. 편하게 하라고 했다. 그런 뒤 서서히 기회를 줬다. 핑크 감독은 터프한 면을 강조한다. 운동할 때 열정적이고, 거친 것을 좋아한다. 이런 게 참고가 될지는 잘 모르겠다.”
- K리그를 경험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
“언젠간 돌아오고 싶다. 제일 큰 이유는 한국말을 하면서 운동장에서 즐겁게 볼을 차고 싶다. 외국에서 프로생활을 해서 말이 안 통하는 등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한번쯤은 축구하기 전에 동료들과 한국말을 하면서 즐겁게 지내고 싶다. 특히 U-20대표팀 때 동료들과 모여 운동하고 싶다. 2007년 U-20 월드컵에 나갔던 동료들과 너무 재미있게 축구했던 기억이 난다. 다들 모이긴 힘들겠지만 한 5명이라도 한 팀에서 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 박주호는?
▲ 생년월일 : 1987년 1월16일생 ▲ 키/몸무게 : 176cm/69kg ▲ 포지션 : 왼쪽 풀백 ▲ 학력 : 광운공고-숭실대 ▲ 프로경력 - 미토 홀리호크(2008) - 가시마 앤틀러스(2009) - 주빌로 이와타(2010) - 바젤FC(2011.6∼) ▲ 대표경력 - FIFA U-20 월드컵 대표(2007) - 베이징올림픽대표(2008) - 동아시아대회 국가대표(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