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의 귀화가 확정된 안현수(28, 빅토르 안)가 2014년 열리는 소치동계올림픽에 러시아 대표로 출전할 수 있을까?
안현수는 지난달 26-27일 러시아에서 열린 쇼트트랙 러시안 챔피언십 500미터에서 14위, 1000미터에서 11위, 1500미터에서 9위를 기록했다. 러시안 챔피언십은 우리나라와 비교하자면 쇼트트랙 전국체전 성격의 대회다. 쇼트트랙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평가 받는 안현수에게 러시아 국내대회 10위권 성적은 어울리지 않는다. 지금의 성적으로는 러시아 대표팀 합류가 불투명하다.
안현수의 이 같은 부진을 설명할 수 있는 첫 번째 가능성은 안현수의 몸 상태가 아직 썩 좋지 않다는 것. 안현수는 2008년 선수생명의 위기까지 갈 만큼 치명적인 무릎부상의 후유증으로 이후 제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다. 안현수는 러시아로 가기 직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지금은 쉬고 싶다. 아직 부상이 완벽히 낫지 않았다. 재활도 좀더 해야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두 번째 가능성은 러시아 쇼트트랙의 급속한 발전이다.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은 지난해 10월 연맹과의 충돌로 해임되기 전까지 장권옥-최광복 등 한국 코칭스태프의 관리를 받았다. 러시아는 가장 최근에 열린 국제대회인 상하이 쇼트트랙 월드컵(12/9-12/11) 여자부 3000미터 계주에서 결승에 올라 4위를 차지하는 등 상승세가 뚜렷하다. 이 대회에서 조해리(27)를 주축으로 한 한국 여자 계주팀은 결승 진출에 실패, 6위에 그쳤다.
러시안 챔피언십에서 안현수보다 상위에 오른 선수들은 유진 코즐린, 바체슬라프 쿠긴얀, 블라디미르 그리고리에프, 세멘 엘리스트라토프 등이다. 1500미터는 엘리스트라토프, 1000미터와 500미터는 코즐린이 1위를 차지했다. 네 선수는 세 종목에서 모두 5위 안에 들었으며, 특히 코즐린은 2종목 우승과 함께 1500미터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상하이 쇼트트랙 월드컵 500미터에서 쿠긴얀은 17위, 코즐린은 30위에 그쳤다. 1000미터에 출전한 그리고리에프는 8위, 엘리스트라토프는 35위를 기록했다.
이 대회 1500미터 우승자는 한국의 노진규(21)다. 곽윤기(24)가 3위. 반대로 1000미터는 곽윤기가 우승, 노진규가 3위다. 이들의 경쟁상대는 캐나다의 찰스 해믈린, 장 올리비에 등이었다.
안현수는 지난해 4월 26-27일에 걸쳐 치른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이들과 경쟁을 펼친 바 있다. 안현수는 선발전 당시 5위를 기록해 국가대표에서 탈락, ‘유종의 미’를 거두는데 실패했다. 당시 안현수를 꺾은 선수들 중 신예 신다운(20)을 제외한 이호석(27)-곽윤기-이정수(24)는 모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안현수는 2010년 소속팀 성남시청이 해체된 뒤 방황한 끝에 지난해 5월 러시아행을 결심했다. 안현수는 9월부터 러시아로의 귀화절차를 밟았고, 지난달 29일 ‘빅토르 안’이라는 이름으로 귀화가 확정됐다.
2014년이면 서른 살이 되는 안현수가 소치올림픽 출전권을 얻을 수 있을지, 또 출전하게 되면 한국선수들을 밀어내고 금메달을 따낼 수 있을지, 한국 국민들에게 소치올림픽의 최대 관심사는 쇼트트랙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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