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은 누가 봐도 높은 평가를 받는 클럽이다. 리버풀의 역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AC밀란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런 명성 덕택에 미국 사업가가 리버풀을 인수해 투자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도 아프리카, 중동, 남미, 아시아에서 인기가 높은 리버풀의 잠재력을 보고 후원하고 있다.
특히 은행들은 아시아를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으로 보고 있다. 외국의 부자들이 지구촌 전역에서 인기가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에 투자하는 이유다.
선수들은 소속팀 브랜드 가치를 보여주는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다. 하지만 리버풀은 구단주와 스폰서가 원하는 이미지가 아닌 놀랄 만큼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루이스 수아레스가 문제의 핵심이다. 리버풀에서 가장 좋은 공격수로 전반기를 보낸 그는 맨유의 왼쪽 수비수 파트리스 에브라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해 잉글랜드 축구협회(FA) 재판소에서 유죄선고를 받았다. 수아레스는 우루과이, 에브라는 프랑스 출신이다. 그들은 다문화 그라운드가 된 잉글랜드 축구의 한 부분이다.
수아레스는 백인이고 에브라는 흑인다. 에브라는 지난해 10월 안필드에서 열린 경기에서 수아레스가 자신에게 일곱 차례 ‘검둥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수아레스도 인정했다. 하지만 수아레스는 우루과이에서는 검둥이가 모욕이 아니고 애정의 표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FA는 조사위원회를 통해 수아레스의 발언이 인종차별적이고 현대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는 것이라는 요지로 115쪽 분량의 판결문을 만들었다.
리버풀은 경멸적인 반응을 보였다. 케니 댈글리시 감독과 선수들은 ‘수아레스는 무죄’라는 티셔츠를 입었다. FA가 실시한 청문회는 편견으로 가득 찼고 수아레스보다는 에브라의 말만 들었다는 항의였다. 하지만 리버풀은 항소하지 않았다. 수아레스는 8경기 출장정지에 들어갔다.
리버풀이 7일 홈에서 열린 FA컵에서 올덤을 5-1로 이길 때 홈 관중 중 한 명이 올덤의 톰 아데예미에게 인종차별적 욕설을 공개적으로 해 다시 파문이 일었다. 리버풀은 인종차별 발언을 외친 서포터가 잡혀 유죄를 선고받는다면 홈에서 열리는 경기를 평생 보지 못하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프로축구 선수가 되기 위해 세계 최고의 케임브리지대를 포기한 20세의 아데예미는 자신의 피부색깔 때문에 모욕을 당한 충격에 눈물을 흘렸다.
한때 축구를 통해 편견을 깨온 리버풀이 이 지경이 돼 안타깝다. 자메이카에서 태어난 존 반스는 리버풀에서 407경기를 뛰며 108골을 넣었다. 잉글랜드 대표의 윙 포워드로 79경기를 뛰었다. 그가 브라질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놀라운 드리블을 보여주며 황금빛 셔츠를 입은 브라질을 상대로 넣은 골은 유명하다.
반스는 1987년 리버풀에 왔을 때 관중들로부터 “원숭이”라는 모욕과 함께 바나나 세례까지 받았다. 하지만 그는 미소로 이겨냈다.
당시 반스가 리버풀을 위해 뛰도록 설득한 사람이 바로 댈글리시 감독(댈글리시는 당시 은퇴한 선수이자 안필드의 신이었다)이었다. 댈글리시는 피부색을 넘어 반스의 재능을 선택했다. 반스는 리버풀에 많은 트로피를 가져다 주었다. 곳곳에 그의 팬도 생겼다. 팀을 떠났던 댈글리시는 지난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리버풀로 돌아왔다. 리버풀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댈글리시는 수아레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수아레스와 리버풀의 변신을 기대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