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치닫는 ‘제리 맥과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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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4일 03시 00분


에이전트 성공 다룬 영화 실제 주인공 스타인버그
사업 몰락 파산보호신청

톰 크루즈가 주연했던 영화 ‘제리 맥과이어’(1996년)의 실제 주인공이 파산 위기에 처했다. ‘제리 맥과이어’는 스포츠에이전트와 프로미식축구 선수의 우정을 그린 영화다. 극중에서 자주 등장했던 ‘돈 좀 벌어줘(Show me the money)’라는 말은 대히트를 쳤다.

AP통신은 미국 스포츠에이전트 레이 스타인버그(63·사진)가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했다고 13일 전했다. 스타인버그는 제리 맥과이어의 실제 모델. 캐머런 크로 감독은 그를 몇 년간 밀착 취재한 뒤 영화를 만들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스타인버그는 같은 학교 미식축구선수인 스티브 바트코스키의 기숙사를 알아봐주려다 그의 에이전트가 됐다. 바트코스키는 애틀랜타 팰컨스로부터 1975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다.

영화 속 맥과이어는 회사의 수익보다는 선수들과의 인간적 관계를 중시하다 해고된 뒤 자신의 에이전트사를 세우는 것으로 그려진다.

실제로 스타인버그는 유명 에이전트사에서 독립해 자신의 회사를 세운 뒤 스티브 영 등 미식축구의 전설적인 스타들을 대거 고객으로 유치했다. ‘슈퍼 에이전트’로 불린 그는 총 10조 원 이상의 계약을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0년 전부터 위기가 시작됐다. 부하 직원이 선수에게서 수억 원을 빌린 게 빌미가 됐다. 선수 돈을 개인적으로 이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소문이 퍼지면서 선수들이 떠났고 사업은 몰락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알코올의존자가 됐고 70억∼80억 원의 빚더미에 앉았다. 사무실 임차료도 내지 못하고 있어 구속될 위기에 처했다.

스타인버그는 경쟁 에이전트들과 선수 유치를 둘러싸고 몇 번이고 큰 송사(訟事)를 벌였다. 그는 당시 패했던 경쟁자가 자신에게 복수하기 위해 ‘일’을 꾸몄다고 주장한다. 영화 속 멋진 주인공은 현실의 처절한 경쟁과 암투 앞에선 패배자가 되고 말았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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