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현(35) 전격 롯데행의 ‘기획자’인 이문한 운영팀장은 계약서를 완성할 때 총액 36억(4년) 중 6억원을 옵션으로 걸었다. 총액의 20% 가까운 큰 금액이다. 구체적 옵션 내용에 대해 이 팀장은 17일 “전부 경기 출장수에 연동돼 움직인다”고 밝혔다.
세이브나 홀드 등 불펜투수하면 떠오르는 데이터적인 측면은 옵션에 고려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렇게 아주 단순하게 옵션을 설계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어지간하면 정대현의 옵션을 챙겨주겠다는 구단의 배려다. 돌려 말하면 ‘아프지만 않다면’ 옵션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실제 정대현은 2006년부터 6년 연속 최소 49경기 이상을 등판했다.
다만 SK 시절부터 무릎에 관한 우려는 들려왔다. 이에 관해 롯데는 “메디컬 체크를 해봤는데 던지는 데 지장은 없다. 추운데서만 아니면 괜찮을 것 같다”고 낙관하고 있다.
둘째, 벤치와 선수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만약 세이브나 홀드 같이 기록에 옵션이 연계돼 있을 경우 그런 상황이 오면 써야 된다는 부담에서 감독이 완전히 자유롭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등판 횟수라면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할 때, 승부처에 강한 정대현을 호출할 수 있다.
실제 롯데 양승호 감독이 “마무리는 김사율”이라고 일단 선포해놓은 것도 이런 정황을 감안해서다. 더불어 양 감독은 잠수함인 정대현을 위해서 두 명의 좌완 강영식, 이명우를 불펜에 고정시키는 또 하나의 안전장치를 걸어놓고 있다. 좌타자 전용 스페셜리스트를 둘 둬서 정대현이 조금이라도 더 편안한 환경에서 던지도록 해주겠다는 셈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