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로 돌아온 해외파 스타들의 내년 성적을 두고 물음표를 던지는 팬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철저한 자기관리로 전성기만큼의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이가 있다. 그의 신체 나이는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무색하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8년을 뛴 뒤 다시 친정팀 유니폼을 입은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36)이 그렇다.
최근 괌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한 이승엽의 몸을 첫 홈런왕을 차지했던 1997년과 비교해 봤다.
○ 전성기의 95%까지 올라온 몸
본보가 삼성트레이닝센터(STC)로부터 19일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승엽의 신체 나이는 1997년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삼성 스포츠단 선수들의 재활과 몸 관리를 총괄하는 STC 안병철 센터장은 “이승엽의 몸은 나이에 따른 노화된 부분도 있겠지만 잘 관리됐다. 전성기 시절과 비교해 95%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이승엽의 신체 나이는 20대 선수 시절과 비슷하다. 근육량(근육에 무기질 수분 등 포함된 수치)과 제지방량(체중에서 체지방량을 뺀 수치)에서 확인된다. 그는 1월 현재 근육량 70.6kg, 제지방량 74.7kg으로 1997년(70.9kg, 74.8kg)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체지방량(몸속에 있는 지방)이 15.5%에서 18%로 약간 늘었지만 근육량은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승엽은 “나잇살도 찌고 스피드도 떨어졌다. 20대 때보다 몸이 무겁다고 느낀다”면서도 “각종 몸 수치가 생각보다 좋게 나왔다. 야구 선수로 몸 관리를 성실히 했다는 증거여서 기쁘다”고 말했다.
○ 좌우 밸런스는 오히려 진보
30대의 이승엽이 20대 때보다 나아진 부분도 있다. 불균형했던 좌우 근력차를 교정했다. STC가 실시한 ‘등속성 근력 측정’(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1초 동안 빠르게 다리를 올렸을 때의 최대 힘 수치)에 따르면 이승엽의 현재 하체 근력은 왼쪽 다리 278Nm(뉴턴미터·물체가 회전할 때 내는 힘을 측정하는 단위), 오른쪽 다리 263Nm로 모두 최고 수준이다. 1997년 당시 왼쪽 다리(330Nm)가 오른쪽 다리(270Nm)보다 강했던 것에 비해 밸런스가 좋아졌다. 안 센터장은 “하체 밸런스가 맞아야 중심 이동을 하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승엽의 kg당 하체 힘은 3.02(278Nm/92kg)로 자기 체중의 3배가 넘는 힘을 낸다. 그는 “일본 야구에서는 빠르고 정교한 공을 치기 위해 좌우 밸런스를 강조한다. 이를 꾸준히 연습한 결과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다리를 많이 사용하는 축구, 미식축구 선수들의 하체근력은 300∼350Nm다. 일반인은 200Nm 수준.
강한 몸을 만든 이승엽이지만 새해 각오는 신중하다. 그는 “나이를 무시할 수 없다. 급하게 컨디션을 끌어올리면 탈이 날 수 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전성기의 몸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승엽이 국내 무대에서 다시 홈런왕에 오르기 위해 괌에서 구슬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