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라톤의 희망, 제주의 겨울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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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8일 03시 00분


서울국제마라톤 D-50
작년 2시간9분대 정진혁 “한국신기록 꼭 세우겠다”

‘명예롭게 졸업하자.’

한국 마라톤의 기대주 정진혁(22·건국대·사진)이 정한 올해의 목표다. 매년 초 마음을 다잡기 위해 목표를 정하는데 4학년을 맞아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학교 관계자들과 후배들에게 박수를 받으며 떠나겠다는 각오의 표현이다.

27일 제주 제주시 한라수목원을 달리는 정진혁의 얼굴은 새로운 희망에 부푼 모습이었다.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제주에 훈련캠프를 차린 정진혁은 3월 18일 열리는 2012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3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12년째 난공불락인 남자 한국기록(2시간 7분 20초·이봉주 2000년)을 깨고 7월 개막하는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겠다는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지난해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 9분 28초로 국제 2위, 국내 1위를 하며 혜성같이 나타난 정진혁은 황영조(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이봉주-지영준(코오롱) 이후 끊길 위기에 처한 한국 마라톤의 계보를 이을 재목이다. 2시간 9분 28초는 국내 역대 랭킹 7위이며 현역 랭킹으론 2시간 8분 30초인 지영준에 이어 2위다. 171cm, 58kg의 날렵한 몸매에 지구력과 스피드를 겸비해 레이스 운영 능력을 키우면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평가다.

정진혁은 지난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마라톤에서 2시간 17분 4초로 23위를 한 뒤 한동안 실망감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한껏 자신감을 얻은 뒤 열린 첫 국제무대에서 형편없는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쪽 발에 족저근막염 증세가 와 훈련도 제대로 못했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를 경험한 정진혁은 한층 성숙돼 있었다.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아프니까 청춘이다’ 등 책을 읽으며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마라톤을 주제로 한 영화 ‘페이스메이커’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마라톤의 의미를 되새기기도 했다. 정진혁은 “세계선수권의 실패를 약으로 삼아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한국기록을 세우고 런던 올림픽 메달을 위해 달리겠다”고 말했다. 황규훈 건국대 감독은 “세계선수권이 끝난 뒤 잠깐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다시 제 모습을 찾아 더 성실하게 훈련한다. 부상 없이 훈련을 잘 마치면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혁은 내달 5일 열리는 일본 마루가모 하프마라톤에서 중간 점검을 하고 제주에서 지구력 훈련을 마무리한 뒤 25일부터 경기 이천시 팀 훈련소에서 스피드훈련으로 서울국제마라톤대회 막바지 준비에 들어간다.

한편 정진혁의 동기인 고준석(2시간 16분 35초)과 백승호(2시간 15분 20초)도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런던 티켓에 도전한다. 건국대는 지난해 고교 랭킹 1위 송명준(충북체고 졸업 예정) 등 고교 유망주들이 입학해 꿈을 키우는 ‘마라톤 사관학교’다.

제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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