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전통 명문 포항 스틸러스가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지난해 말 작고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사장 시절이던 1973년 실업팀으로 창단된 포항은 한국 프로축구의 선진화를 주도해왔다. 전용구장(1990년)과 클럽하우스(2001년)를 최초로 지었고 1990년대 초 선수 유학 프로그램도 실시했다. 박성화, 황선홍, 홍명보, 이동국 등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해 팬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팀으로 성장했다. 2009년에는 깨끗하고 박진감 넘치는 축구로 팬들을 감동시키겠다는 선수단 행동수칙 ‘스틸러스 웨이’를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초 친정팀 사령탑에 앉은 황선홍 감독(44·사진)은 이런 포항의 전통을 살리기 위해 아름다운 축구를 내세웠다. 전북 현대가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로 지난해 K리그를 제패하며 공격축구가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축구는 역시 공수의 조화로 이루어진다는 게 황 감독의 철학. 짜임새 있고 매끄러운 ‘예술 축구’로 팬들을 감동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인도네시아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와 25일 제주 서귀포에 훈련캠프를 차린 황 감독을 28일 서귀포 칼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해 정규리그 2위를 하고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6위 울산 현대에 져 아쉬웠다. 올핸 꼭 우승해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2007년 통산 4번째 우승을 한 뒤 K리그 정상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는데 흑룡의 해에 ‘화룡점정’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다. 포항을 언제든 우승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들고 있고 올해 마지막 점을 찍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의 주역 ‘황새’ 황 감독은 한국 최고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었던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하지만 전혀 스타플레이어 출신 같지 않다. 늘 자신을 낮추고 선수들 눈높이에 맞추려 노력한다. 짧은 시간에 명장 대열에 합류한 배경이다. 2007년 말 프로축구 감독으로 부산 아이파크에 입문한 뒤 잠시 슬럼프를 겪었지만 지난해 포항을 정규리그 2위, 전체 3위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5번째 우승을 위해 황 감독은 선수들에게 협력과 소통을 강조한다. 그는 “혼자 아무리 잘해도 동료의 도움이 없으면 이길 수 없는 게 축구다.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노력을 해야 이긴다는 것을 강조했고 선수들이 잘 따라줘 좋은 결과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황 감독은 “선수들은 포항에서 뛴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팬들은 포항을 보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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