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보경, 세계 최연소 우승…골프역사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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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일 07시 00분


14세 9개월…골프신동 뉴질랜드 교포 고보경 스토리

서울 실내연습장서 5세때 골프 배워
뉴질랜드 이주 후 주니어 무대 평정
형편 어려워 LPGA 초청대회 포기도
호주투어 우승으로 골프천재 떠올라

사진출처=고보경 공식 홈페이지
사진출처=고보경 공식 홈페이지
1월29일 세계 골프무대에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시드니에서 열린 호주여자골프투어 뉴 사우스 웨일즈 오픈에서 14세 아마추어 골퍼가 우승했다.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14· 고보경)는 2007년 일본남자프로골프 먼싱웨어오픈에서 우승한 이시카와 료(당시 15세 8개월), 유럽여자프로골프 ANZ 레이디스 마스터스 정상에 오른 양희영(당시 16세192일)이 보유한 세계 남녀프로골프 최연소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그의 나이 14세 9개월. 호주를 발칵 뒤집어 놓은 골프신동을 유럽여자프로골프 RACV 호주 레이디스 마스터스가 열리는 골드코스트의 로열 파인 골프장에서 만났다.

○뉴질랜드 휩쓴 천재소녀

서울에서 태어난 리디아 고는 5살 때 동네(영등포구 대방동)에 있는 실내연습장에서 골프를 배웠다. 당시는 박세리와 김미현 등이 미 LPGA 투어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시기여서 골프를 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게 리디아 고의 어머니 현봉숙 씨의 설명이다.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현 씨는 “너무 어렸던 탓에 프로들이 잘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20만원 하던 레슨비에 5만원을 더 주면서 가르쳐 달라고 했다”며 처음 골프를 가르쳤을 때를 떠올렸다. 2개월 정도 지날 무렵, 그때부터 골프에 소질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스윙폼도 예쁘고 실력이 쑥쑥 늘었다.

골프를 본격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뉴질랜드로 이주했다. 6세 때다. 골프장 앞에 있는 집을 얻었다. 9세 때 첫 대회에 나갔다. 보통은 11세 때 대회에 나갈 수 있지만 코치의 추천으로 조금 빨리 시작했다. 이때부터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첫 대회에서 지역 아마추어 골퍼들과 겨뤄 입상했다. 11세가 되던 해부터는 뉴질랜드 주니어 무대를 평정하기 시작했다. 노스 뉴질랜드 챔피언십을 3회 연속 우승했고, 2008년엔 뉴질랜드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했다. 고교는 물론 대학생까지 출전하는 대회에서 12세 꼬마가 준우승하면서 큰 화제가 됐다. 이듬해엔 당당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뉴질랜드를 넘어 호주와 미국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작년 호주 아마추어 우승에 이어 프로 대회인 호주여자오픈에서는 상위권에 입상하며 아마추어 1위에 올랐다. 2011년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도 스트로크 부문 공동 1위에 올라 현지 언론으로부터 미셸 위, 알렉시스 톰슨에 이은 차세대 여자골프 스타로 주목받았다. 현재는 뉴질랜드 국가대표다.

○가정형편 어려워 초청대회도 출전 포기

리디아 고에 대한 관심은 해외에서 먼저 시작됐다. 작년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그를 초청했다. 하지만 출전하지 못했다. 현 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초청을 받았지만 경비가 만만치 않았다. 결국 대회에 나가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작년 ANZ 레이디스 마스터스 때도 같은 이유로 출전을 포기했다. 뉴질랜드에서는 철저하게 아마추어의 후원을 금지하고 있다. 아마추어의 순수성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현 씨는 “뉴질랜드로 올 때만 해도 형편이 좋았다. 하지만 점점 생활할수록 부족했다.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골프를 가르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러지 못하는 게 늘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직은 얼떨떨 기분은 좋아요”

우승 이후 호주에서 난리가 났다. 언론에서는 대서특필하며 골프천재의 탄생을 전 세계에 알렸다. 우승한 이후 인터뷰만 수십 차례 진행했다. 심지어 이번 대회 출전을 위해 바로 시드니에서 골드코스트로 이동해야 했지만 다음날 아침까지 정신이 없었다. 오전 5시에 일어나서 6시부터 11시까지 8차례 인터뷰를 했다.

RACV 호주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도 리디아 고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미 LPGA 투어 스타 알렉시스 톰슨의 뒤를 이을 스타로 점찍었다. 리디아 고는 “계속 대회에 출전하는 게 쉽지는 않다. 힘도 들지만 대회에 나가서 선배 프로들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아직은 관심 받는 게 어색하다는 그녀는 “그렇지만 기분은 좋다”며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즐겼다.

고보경은?
▲1997년 4월24일 서울 출생 ▲키 165cm ▲뉴질랜드 파인 허스트 스쿨 11학년 ▲뉴질랜드 골프 국가대표(현재) ▲2012호주여자골프투어 뉴사우스 웨일스 여자오픈 우승 (세계 남녀 프로대회 최연소 우승-14세9개월) ▲세계 골프 아마추어 랭킹 여자 1위

골드코스트(호주 퀸즐랜드 주)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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