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과 FC서울 유망주 입단 동기
호주 프랑스 리그서 강한 축구 경험
“수비 약점 극복…내 실력 보여줄 것”
“K리그에서 반쪽 선수 이미지 벗겠다.”
2004∼2005년, FC서울은 1군 경기 못지않게 2군 경기도 재미있다는 말이 돌았다. 유망주 조기육성 정책에 따라 중학교를 중퇴하고 이 즈음 한꺼번에 입단한 어린 선수들이 2군에서 뛸 때다. 미드필더 송진형(25)도 그 중 하나였다. 이청용(볼턴)과 입단 동기다. 송진형은 빠른 스피드와 발재간, 날카로운 패스로 시선을 잡았다. 그러나 왜소한 체격이 약점이었다. 수비가 약하다는 꼬리표가 늘 붙어 다녔다. 2007년 호주 뉴캐슬에 이어 2010년 프랑스 2부 리그 뚜르에서 뛰며 해외 무대를 누빈 송진형은 제주 유나이티드에 둥지를 틀며 5년 만에 국내 복귀를 결심했다. 1월 31일 서귀포 제주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그는 “5년 전 수비가 약했던 것은 맞다”고 인정한 뒤 “그건 과거다. 거친 호주와 프랑스를 경험했다. 더 이상 내가 수비 약한 반쪽 선수가 아니라는 걸 보여 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공격의 첨병
제주는 올해가 창단 30주년이다. 구단 차원에서 평소보다 많은 투자를 했다. 수준급 외국인 선수를 데려왔고 K리그에서 자유계약(FA)으로 풀린 선수들을 발 빠르게 영입했다. 그러나 공격의 물꼬를 터 줄 선수가 없었다. 2007캐나다 U-20월드컵 GK코치를 지낸 제주 박동우 스카우트가 당시 제자였던 송진형을 떠올렸고, 박경훈 감독이 오케이 사인을 내며 이적이 이뤄졌다. 박 감독은 “송진형의 공격 능력을 살리기 위한 중원 전술을 고민 중이다”며 기내를 나타냈다. 송진형은 “K리그에 돌아오기 위해 제주를 택한 게 아니다. 나를 강력히 필요로 하는 팀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고, 그게 바로 제주였다”며 당차게 포부를 밝혔다. 송진형은 30경기 이상 출전해 10개 이상의 공격 포인트가 목표다. 그는 “특히 승부를 결정짓는 공격 포인트를 많이 올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적응 문제없어
오랜만에 돌아온 K리그 무대가 낯설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빠른 적응이 필요하다. 그러나 걱정 없다. 송진형은 겉으로 보이는 수줍은 외모와 달리 적응력이 뛰어나다. 좋은 예가 있다. 송진형은 원래 1월 23일이 뚜르 고별전이었다. 그런데 구단에서 27일까지 뛰어달라고 부탁했다. 알고 보니 떠나는 송진형을 위한 깜짝이벤트가 있었다. 뚜르 선수 전원이 이날 유니폼 안에 ‘메르시(감사합니다), 송’이라 적힌 티셔츠를 입고 출전했다. 에이전시인 지쎈 류택형 이사는 “많은 선수의 해외 무대를 봤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 봤다. 그 만큼 동료들의 신뢰가 컸던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제주에도 송진형의 도우미들이 많다. 심영성과 정석민, 정경호 등이 U-20 대표팀 때 한솥밥을 먹었던 멤버들이다. 송진형은 이날 점심시간에 클럽하우스에 도착했다. 처음에는 선수들과 떨어져 있다가 심영성을 발견하고는 자리를 옮겨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함께 식사했다. 그는 “친구들이 앞으로 큰 힘이 될 것 같다”며 웃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