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사이드암 이재곤(24·사진)은 지난해 ‘2년차 징크스’를 톡톡히 앓았다. 2007년 롯데에 입단했지만 2008년 바로 경찰청에 입대했기에 2010년이 첫 시즌이나 다름없었다. 그해 이재곤은 일약 8승(3패)을 거뒀다. 124이닝이나 던졌고, 2011년은 개막부터 선발진 진입을 보장받았다. 그러나 정작 2011년 3승5패1세이브 방어율 6.35로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2군을 들락날락하는 통에 56.2이닝밖에 던지지 못했다. 2년차 징크스의 원인으로 이재곤은 “밸런스도 문제였지만 마인드가 더 컸다”고 자체 진단했다. 타고난 천성이 원래 생각이 많고, 안 좋은 기억을 쉽게 털어내지 못해 뜻대로 안되면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던 것이다. 실제 4월 이재곤의 성적은 5경기 등판에 3패, 방어율 10.38이었다.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자 성품이 여린 이재곤은 극복을 못하고 자멸한 셈이다.
그러나 이재곤의 기본 자질을 잘 알고 있는 롯데 코치진, 동료들은 사이판에서부터 ‘기 살리기’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포수 강민호가 총대를 멨다. 강민호는 직접 “올시즌 나랑 잘해보자”라며 이재곤을 꼭 찍어 롯데 투수진의 기대주로 꼽았다. 포수로서 자기 능력치의 시험대로 이재곤을 정했다는 각오다.
또 한 명 힘이 돼주는 이는 롯데에 영입된 정대현이다. 이재곤과 유사한 옆구리투수 정대현은 과묵한 성품이지만 “너 안에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라는 조언으로 정신적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돕는다. 이재곤은 “어깨 너머로 보는 것만 해도 공부”라고 했다.
끝으로 동기나 다름없는 경쟁자 김수완이다. 이재곤처럼 2010년 롯데 마운드의 샛별로 떠올랐다가 2011년 죽을 쒔다. 이재곤과 달리 낙천적 성격인 김수완은 “우리 둘 중에 하나라도 잘해야 된다”는 말로 이재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