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과의 첫 만남, 먼저 다가가고 스스럼없이 농담을 건네는 모습이었다. 여유와 자신감이 넘쳤다.
이틀 전 일본 오사카에 도착해 31일 오키나와로 건너온 이대호(오릭스)는 미야코지마행 비행기로 갈아타기 직전, 나이 지긋한 사람이 먼저 아는 체를 하자 옆에 있던 통역 정창용 씨에게 “누구시냐? 먼저 인사하자”고 했다. 이대호에게 먼저 아는 체를 한 사람은 아라이 히로마사 오릭스 2군 감독이었다.
이대호는 꾸벅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건넨 뒤 “혹시 2군에 떨어질지도 모르는데, 미리 잘 보여야하지 않겠느냐”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비행기 탑승 직전, 바로 뒤에 베테랑 기타가와 히로토시가 보이자 기자에게 “우리 팀 제일 노장”이라고 소개한 뒤 정창용 씨를 통해 “후배가 인사 잘 하면 밥 사주느냐고 물어봐달라”고 했다. 기타가와가 웃으며 “체구가 너무 커 많이 먹을 것 같다. 안 된다”고 대답하자 “그러지 말고 예쁘게 봐 달라”는 애교 섞인 부탁을 했다.
이대호는 대부분 다른 동료들이 이코노미석을 이용한 것과 달리 무라야마 요시오 단장과 함께 비즈니스석 제일 앞 열에 자리를 잡았다.
이대호의 팀내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 뒤 따르던 기타가와가 승무원에게 “루키(신인)”라며 ‘신인이 비즈니스석을 탄다’는 뉘앙스로 장난을 걸자 큰 웃음으로 받아치기도 했다.
이대호는 50여분 남짓한 비행 시간 동안 줄곧 창 밖을 응시하며 상념에 젖어들었다. 오릭스맨으로서 첫 훈련을 하게 된 것에 많은 생각이 든 듯 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직접 짐을 찾으며 “(미야코지마는) 그냥 참 조용한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정말 시작이라는 느낌도 있다”고 밝힌뒤 착륙 직전 시야에 들어온 야구장(미야코지마 시민구장)이 떠오른 듯 구단 직원에게 “내가 본 게 야구장이 맞느냐”고 물으며 기대감도 내비쳤다.
수하물을 기다리던 곳에서 이대호는 “내 짐 온다”며 반가운 듯 한 가방을 집어 들었다. 그 가방엔 ‘팀 코리아(Team Korea)’라고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 때 사용했던 그 가방에 개인 짐을 싣고 온 것이었다. ‘일본에서 나는 대한민국 4번타자라는 마음으로 뛰겠다’고 밝힌 이대호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