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현 전태풍 허일영 이관희… “오른손 선수 막기도 뚫기도 편해”오른손 센터와의 궁합도 그만… 대부분 양손 다 잘 쓰는 장점도
스포츠 세계에서 왼손을 잘 쓰면 귀한 대접을 받는다. 야구에서는 ‘왼손 강속구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속설이 있다. 골프 테니스 배드민턴 펜싱 격투기 등에서도 왼손잡이는 희소성과 스타성이 두드러진다.
농구도 그렇다. 특히 올 시즌 프로농구에는 왼손잡이 바람이 거세다. 왼손 가드 김승현(삼성)이 임의탈퇴 신분에서 복귀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왼손 테크니션 애런 헤인즈(LG)는 2년 연속 득점왕을 노린다. 2009년 군 전역 후 부진에 빠졌던 김동우(모비스)도 제 기량을 회복하고 있다. 신인 이관희(삼성)는 전문 수비수로 주목받고 있다. 시즌 초반 활약하다 부상으로 주춤했던 허일영(오리온스)은 최근 컨디션을 되찾고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 왼손 수비수 각광
왼손잡이는 특히 수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오른쪽 돌파를 선호하는 오른손잡이를 막는 데 왼손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31일 현재 프로농구 10개 구단의 1군 등록 선수 중 오른손잡이는 88.4%(106명)에 이른다. 수비 전문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이관희는 “오른손잡이가 돌파할 때 왼손을 사용해 가로채기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공격에서도 왼손잡이는 프리미엄을 누린다. 허일영은 “왼손 슈터가 드물기 때문에 수비자들이 내 슈팅 폼을 생소해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오른손으로 착각해 놓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왼손 가드-오른손 센터 조합 위력적
김승현-아이라 클라크(이상 삼성), 전태풍-하승진(이상 KCC) 등 왼손 가드와 오른손 센터의 조합은 전술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국내 센터들은 대부분이 오른손잡이다. 골대를 등진 상태에서 오른손을 뻗은 채 공 투입을 기다린다. 왼손 가드가 포스트로 패스하기에 더 유리한 이유다. 전태풍은 “하승진은 오른손 훅 슛을 좋아한다. 하승진의 오른손에 곧바로 패스하기에는 나 같은 왼손잡이가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안준호 한국농구연맹 경기 이사는 “오른손잡이가 대부분인 팀에 왼손 가드가 가세하면 전술 운영의 폭이 넓어진다. 코트를 넓게 쓸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양손에 능한 왼손잡이들
왼손잡이 농구 선수들은 대부분 양손에 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어려서부터 오른손을 쓰라는 주문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LG 문태영은 오른손잡이지만 코트에선 양손을 다 잘 쓴다. ‘수비의 달인’으로 불리는 이현호(전자랜드)는 “왼손잡이지만 오른손도 잘 쓰는 전태풍은 미꾸라지처럼 코트를 휘젓는다. 가장 막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양손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김승현은 “수비자는 왼손잡이가 주로 왼쪽으로 드리블할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이를 역이용해 오른쪽으로 돌파하면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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