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외국인 선수 수니아스(28·캐나다)는 ‘4차원’으로 통한다. 할 말이 있다며 기자를 모으더니 “인기 걸그룹 ‘소녀시대’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진지하게 물어볼 만큼 엉뚱하다. 그는 지난달 8일 올스타전에서도 4차원적인 끼를 발산했다. 한 관중에게 서브를 넣으라고 공을 준 뒤 그 여자친구 옆자리에 앉아 어깨동무를 했다. 범실을 하고 나선 상대편 코트로 넘어가 환호했다. 세리머니상은 그의 차지였다. 그런 수니아스가 해외 배구사이트인 ‘발리우드(www.volleywood.net)’에 밝힌 ‘한국에서의 첫 순간들’을 재구성했다.
○ 쌈=잎사귀로 만든 타코?
“지난해 9월 처음 맛본 한국 음식은 삼겹살이었다. 고기와 쌈장, 마늘 등을 상추에 싸서 먹는데 ‘잎사귀로 만든 타코(옥수수나 밀가루로 만든 얇은 빵에 고기 샐러드 등을 넣은 멕시코 음식)’ 같았다. 한국은 모든 음식에 마늘을 넣어 괴로웠다.”
○ 언덕과 계단이 슬프다
“경기 용인의 현대캐피탈 숙소는 언덕 위에 있다. 왜 이렇게 높은 곳에 숙소를 세운 건지 의문이 생겼다. 생각해보니 한국은 땅이 좁았다. 평지는 농지로 사용해야 하니 숙소는 언덕으로 갈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게다가 숙소 건물엔 엘리베이터가 없다. 밥 먹을 때마다 6층 방에서 계단 132개를 타고 옆 건물 1층에 있는 식당으로 가야 한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이제는 일상이 됐다.”
○ 역동적인 한국인
“한국 사람들의 첫인상은 ‘뭐든 빠르고 열심히’였다. 팀원들은 3시간 넘게 연습을 하면서 밥은 빨리 먹고 버스에 타면 3분도 안 돼 잠이 든다. 한국의 배구 문화도 내가 뛰던 유럽과 달랐다. 처음엔 선수들이 수시로 고함을 지르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데뷔전 때는 경기 전에 선수들이 고함치며 코트 옆을 뛰는 장면을 보다가 긴장한 탓에 발에 쥐가 났다. 식사할 때 만큼은 고함을 안치더라. 하지만 이제는 나부터 먼저 고함을 지르며 연습하는 게 즐겁다.”
수니아스는 1라운드 부진으로 물렁한 배구를 한다는 ‘수(水)니아스’라고 비난받았다. 하지만 2라운드에선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한국에 적응한 그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