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원주에서 허재 KCC 감독(48)의 은퇴 경기가 열렸다. 농구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의 스포츠 스타들까지 떠나는 ‘농구 대통령’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여기에는 배구선수 시절 ‘돌고래 스파이커’로 유명했던 장윤창 씨(52)도 있었다. 장 씨는 허 감독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등을 두드려줬다. 왼손잡이인 이들은 대표팀 시절 태릉선수촌에서 친해졌고 은퇴 후에도 ‘함께하는 사람들’이란 봉사단체에서 활동했다.
8년 가까이 흘러 지난달 31일 열린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장 씨의 아들인 장민국(연세대)이 전체 10순위로 허 감독의 지명을 받았다. 허 감독은 장민국에게 농구 대부다. 은퇴 후 미국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장 씨는 농구선수가 되겠다던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의 고집에 허 감독에게 자문했다. 허 감독은 당시 천정렬 현 KCC 코치가 지도하던 서울 단대부중 입학을 권했다. 허 감독의 아들 허웅은 올해 연세대 농구부에 진학할 예정이라 장민국의 후배가 됐다.
허 감독은 “사람의 인연이 묘하다. 윤창이 형은 술, 담배도 전혀 하지 않아 내가 수도사라고 자주 불렀다. 민국이가 앞 순번으로 뽑힐 줄 알았는데 우리까지 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장 씨는 “민국이의 형 이름은 대한이다. 대한민국을 빚내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름을 지었다. 대학 때 많이 못 뛰었는데 프로에서 잘됐으면 좋겠다. 우리의 친분이 자칫 오해를 살까 싶어 허 감독에게는 아직 전화도 못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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