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한대화 감독이 이례적인 감탄사를 내뱉었다. ‘박찬호(사진)의 컷패스트볼(커터)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일말의 망설임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박찬호는 9일(한국시간) 애리조나 투산의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스프링캠프 첫 라이브피칭을 했다. 타석에 타자를 세워 놓고 실전처럼 전력을 다해 공을 던진 것이다. 총 투구수는 30개. 그 중 직구가 20개였고 커터와 커브가 각각 5개였다. 공을 던지기 전에는 타자들에게 구종을 미리 알려주며 투구했다. ○‘주무기’ 커터, 한대화 감독 대만족
이날 던진 세 종류의 공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은 구종은 커터였다. 스프링캠프 합류 전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커터에 많은 매력을 느꼈고 계속 연습하고 있다. 커터가 잘 구사된다면 다른 구종들의 위력도 커질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 감독은 박찬호의 커터를 본 소감을 묻자 “던질 때 바로 뒤에 서서 지켜봤다. 몇 개 되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아주 위력적이었다”면서 “공에 힘이 실린 듯했고 로케이션도 괜찮았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묵직한 볼끝, 알고도 치기 힘들다?
볼끝도 묵직했다. 더 이상 150km대 중·후반의 강속구를 던지기 힘든 나이가 됐으니,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타자를 압박할 수 있는 ‘종속’은 박찬호에게 성패의 열쇠다. 그런 의미에서 첫 라이프피칭은 확실히 성공적. 한대화 감독은 “직구 볼끝이 무척 좋다는 게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구위가 안정된 느낌이었다”고 평가했다. 김태균 최진행 이대수 등 타석에 들어선 주축 타자들도 쉽사리 좋은 타구를 날리지 못하고 파울볼을 양산했다.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구종을 미리 알려주고 던지는데도 파울볼이 많았다는 건 볼끝이 아주 좋다는 증거”라고 했다. ○박찬호 “절반 이상 만족”
박찬호는 구단을 통해 “3주간 여덟 번 정도의 불펜피칭을 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투구수 30개 중 절반 이상은 만족할 만한 감각이 느껴졌다”고 자평했다. 또 “투수들의 컨디션은 많이 올라왔지만 타자들은 경기 감각이 떨어진 상태다. 타자들도 눈으로 익힐 수 있게 하려고 구종을 미리 알려주고 던졌다”고 설명했다. 박찬호 뿐만 아니라 한화의 다른 투수들도 같은 방식으로 라이브피칭을 하고 있다.
박찬호도 코칭스태프도 만족스러웠던 스타트. 한 감독은 “지금까지의 경과를 보면 기대 이상으로 전력에 보탬이 될 것 같다. 몸상태도 무척 좋아서 오히려 ‘오버페이스 하지 말라’고 강조할 정도”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