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42)와 양용은(40). 한국 골프의 양대 산맥인 이들은 똑같은 고민에 시달리고 있다. 바로 불안한 퍼팅이다. 최경주는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1.5∼3m 거리의 퍼트 성공률 48%로 134위에 처졌다. 양용은은 같은 거리에서 바닥권인 181위(30%).
올 들어 처음으로 PGA투어에 함께 출전한 대회인 노던 트러스트오픈을 앞두고 이들의 퍼팅 근심은 심각했다. 17일 개막한 이 대회가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리비에라CC(파71)는 그린의 굴곡이 심한 데다 바람까지 강해 자칫 퍼트 수가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최경주는 “덕석(멍석) 위에서 퍼팅하는 것 같다. 그린이 좀 느려도 작고 구겨 놓은 홀이 많아 까다롭다. 잘 보고 때리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다”며 웃었다. 최경주는 일반 제품보다 두 배 이상 두꺼운 ‘홍두깨 그립’이 장착된 퍼터를 6년째 애용하고 있다. TV 광고를 보다 우연히 인연을 맺어 아예 이 제품 홍보 모델까지 됐다. 손목이 꺾이는 나쁜 버릇이 줄게 됐다. 최경주는 “하도 오래 쓰다 보니 이젠 그립이 반질반질하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 2개 대회에서 예선 탈락한 양용은은 이번 대회에서 새 퍼터 그립을 사용하고 있다. 최경주가 쓰는 그립과 같은 회사 제품인데 롱퍼터용 그립을 그동안 쓰던 일반 퍼터에 장착했다, 그립 길이가 30cm가 넘고 무게만도 85g에 이른다. 묵직해서 방향성이 좋아지는 것 같다는 게 그의 얘기였다.
이날 1라운드에서 이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티타임이 오전 일찍 잡혀 오전 4시 30분에 일어난 최경주는 퍼트 수를 26개까지 떨어뜨리며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언더파를 쳐 공동 6위에 올랐다. 최경주는 “1.5m 안쪽의 거리에서 한 개의 퍼팅도 놓치지 않았다. 야자수가 휘청거릴 만큼 바람이 심해(최고 시속 56km) 인내심이 요구됐다. 2퍼트로 차분하게 파만 잡아도 등수를 지킬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2001년부터 12년 연속 출전한 최경주는 최근 4년 동안 3차례 톱10에 든 자신감이 돋보였다.
양용은은 71.4%의 페어웨이 안착률과 66.7%의 그린 적중률로 안정된 샷 감각을 보였지만 30개의 퍼트 수를 기록해 1오버파로 제주 출신 후배 강성훈과 공동 37위에 머물렀다.
지난주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에서 마지막 날 위창수를 꺾고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캘리포니아 주 출신 필 미켈슨은 홈 팬의 열렬한 응원 속에 5언더파로 1타 차 단독 선두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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