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전남 영암군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사계절잔디구장을 찾은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밤 서해안을 중심으로 내린 눈 탓에 걱정이 많았다. 최근 날씨가 추워 전북 사령탑 시절부터 애용한 따뜻한 남쪽에 훈련 캠프를 마련했는데 눈이 쏟아지고 바람까지 거세게 불었다. 하지만 이날 오후 눈이 다 녹아 훈련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최 감독이 18일 처음 대표팀을 소집해 이날부터 훈련에 들어갔다. 대표팀은 29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쿠웨이트와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마지막 경기에 사활을 걸었다. 승점 10으로 레바논에 득실차에 앞선 1위로 비기기만 해도 되는 상황이지만 최근 대표팀이 보여준 무기력한 모습에 반전을 주기 위해선 멋진 승리가 필요하다.
최 감독은 이날 오전 선수들에게 “불평, 불만은 아무 소용 없다. 남은 기간 여러분의 희생이 필요하다.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모였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며 선전을 당부했다.
최 감독이 화두로 던진 ‘희생’엔 큰 의미가 있다. 최 감독은 축구선수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실력이 아니라 인성이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인성이 좋지 않으면 팀워크를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팀에 뽑힐 정도라면 실력은 비슷하다. 다소 실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팀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인성을 갖춘다면 최 감독은 과감하게 기용한다. 코칭스태프 구성 때 한 살 아래인 인자한 최덕주 전 여자 청소년대표팀 감독을 수석코치로 영입한 배경도 그 때문이다. 2010년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 때 자상한 아버지의 리더십으로 우승을 일군 최 수석코치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높이 샀다.
최 감독은 만일 패한다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 물 건너가는 쿠웨이트와의 벼랑 끝 승부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희생을 통한 팀워크라고 판단했다. 그는 “지금은 훈련보다 분위기 조성이 더 중요한 시기다. 선수들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분위기가 사람을 만든다. 짧은 시간이지만 미팅과 면담으로 선수들과 신뢰를 쌓겠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국내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만큼 잘 준비하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 감독은 “사연이 있는 선수들이 많이 모인 만큼 분위기도 좋다”고 말했다. 최근 대표팀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못한 이동국(전북)과 군 입대로 대표팀과 떨어졌던 김두현(경찰청) 등 절치부심하는 선수들이 많아 승리를 향한 목적의식이 뚜렷하게 잡혔다고. 대표팀은 24일까지 훈련하고 전북 전주시로 이동해 25일 오후 2시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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