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KEPCO, 승부조작 연루 조사 후유증… 현대에 완패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0일 03시 00분


주전세터 둘다 없으니…

KEPCO는 안간힘을 썼다. 승부 조작 후유증을 털어낼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싶은 듯했다. 현실은 냉혹했다. 주전들이 대거 빠진 KEPCO가 강팀 현대캐피탈을 이기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KEPCO가 19일 수원에서 현대캐피탈에 1-3(17-25, 28-26, 20-25, 15-25)으로 졌다. 경기 전 소개할 때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17명이 나왔지만 KEPCO는 12명뿐이었다.

KEPCO는 프로배구 승부 조작 사건이 터지자마자 집중 포화를 맞았다. 전직 선수인 염순호 정평호에 이어 주전 세터 김상기가 구속됐다. 8일에는 신인왕 출신인 임시형과 박준범이 긴급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현역 선수인 김상기 임시형 박준범은 한국배구연맹(KOVO)에서 영구 제명 처분을 받았다.

이후 나름대로 안정을 찾아가던 KEPCO는 17일 다른 세터 C가 조사를 받으며 다시 충격에 휩싸였다. C의 혐의가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당분간은 출전을 못하는 상황. KEPCO는 주전 세터 2명을 모두 잃은 셈이다. ‘세터 놀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배구에서 세터는 중요하다. 상대 수비의 움직임을 찰나에 파악해 자기 팀 공격수가 때리기 좋은 공을 띄우려면 타고난 자질은 물론이고 많은 경험이 필수다.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KEPCO는 김상기와 C가 돌아가며 선발로 나섰다. 김상기는 19일 현재까지 세트 부문 3위에 올라 있을 정도다. C 역시 KEPCO 신춘삼 감독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김상기의 뒤를 이을 재목”이라며 애정을 보인 선수였다.

이날 KEPCO 세터로는 김천재가 처음 선발로 나섰다. 지난 시즌 데뷔한 그는 전날까지 주로 원포인트 서버였고 이번 시즌 성공한 세트는 23개에 불과했다. 김상기(862개), C(463개)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 KEPCO는 듀스 끝에 2세트를 따냈지만 3세트부터 김천재와 교체 세터 김정석의 성향을 파악한 현대캐피탈에 결국 완패를 당했다. 프로 출범 이후 지난 시즌까지 현대캐피탈에 2승 40패로 열세였던 KEPCO는 이번 시즌에는 직전 경기까지 2승2패 호각세로 달라진 모습을 보였던 터라 더 아쉬웠다. 이날 경기는 승부 조작에 연루되면 선수도, 팀도 함께 무너진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지난해 승부 조작 사건이 터졌던 프로축구 상무의 경우 골키퍼 3명(승부 조작 2명, 경고 누적 1명)이 모두 출전하지 못하는 바람에 프로리그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정식 골키퍼 없이 미드필더를 ‘임시 골키퍼’로 급조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을 맞기도 했다. 그 경기에서 상무는 FC 서울에 2-3으로 졌다.

현대캐피탈은 수니아스(30득점)와 문성민(22득점) 쌍포의 활약에 힘입어 승점 54(17승 11패)를 만들며 2위 대한항공을 5점차로 추격했다. KEPCO는 승부 조작 수사가 본격화된 이후 1승 3패를 당했다. 선두 삼성화재는 LIG손해보험을 3-1(25-20, 25-21, 23-25, 25-20)로 꺾고 승점 69(24승 4패)를 기록했다.

여자부 선두 인삼공사는 3위 기업은행을 3-1(25-22, 8-25, 25-23, 25-21)로 이겼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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