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까지 뻗어다오…임창용, 몸 상태 좋으면 내년에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3일 03시 00분


“이무(‘임’의 일본식 발음) 상, 사인 오네가이시마스(사인 부탁합니다).”

한화와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의 연습 경기가 열린 22일 일본 오키나와 현 우라소에 구장. 출전하지 않고 불펜 피칭을 한 임창용(36·야쿠르트)이 지나가자 10여 명의 팬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차례로 줄을 서 사인을 받거나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아이코라는 이름의 한 여성 팬은 임창용이 한글로 이름을 써 주자 “너무 행복하다”며 여러 차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마치 ‘한류 스타’를 대하는 것 같았다. “인기가 참 많은 것 같다”고 말을 건네자 임창용은 “입단 첫해부터 그랬어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에요”란다.

임창용은 말과 행동이 쿨한 남자다. 생각을 에둘러 말하는 법이 없다. 마운드 위에서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진다. 가끔 블론세이브(세이브 상황에서 등장한 투수가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는 것)를 기록하기도 하지만 이튿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감 넘치는 임창용’으로 돌아와 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128세이브(11승 13패)에 평균자책 2.11을 기록한 데엔 그의 타고난 성격도 한몫을 했다.

임창용은 “많은 선수가 마무리 투수 역할을 힘들어한다. 마무리 투수는 부담을 갖는 순간 할 수 없는 보직이다. 위기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급박한 상황에 등판해 경기를 마무리하는 재미를 느껴야 한다”고 했다.

워낙 힘든 보직이어서 마무리 투수가 롱런하는 사례는 좀처럼 없다. 그런데 임창용은 지난 4년간 ‘철벽 마무리’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쉽게 생각하면 된다. 센트럴리그에 있는 나머지 5개 팀 주전 타자들의 특성을 파악하면 된다. 난 9회에만 등판하니까 8회까지 그날 상대팀 선수들의 컨디션을 면밀히 파악할 수 있다. 볼 배합에서 내가 이기고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끊임없이 임창용의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구위와 마인드가 그만한 마무리 투수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구단과 ‘2+1년’ 계약을 했다. 2년이 지난 뒤 합의해 1년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이다. 올 시즌이 지나면 2년을 채운다. 떠날 것인지 남을 것인지 그가 결정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임창용은 “시즌을 끝낸 후 몸 상태와 구위가 괜찮다고 생각되면 메이저리그에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내년에 그냥 야쿠르트에 잔류하면 연봉 4억 엔(약 56억 원)이 보장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돈에는 개의치 않는다. 적당히만 준다면 메이저리그를 먼저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왜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은지 물었더니 “한국에서는 야구를 할 만큼 했다. 올해 지나면 일본에서도 5년이다. 충분히 했다. 새로운 곳에서 새 도전을 해보고 싶을 뿐”이란다. 역시 임창용다운 대답이었다.

한편 이날 한화는 야쿠르트에 1-12로 졌다. LG는 요미우리에 4-6으로 역전패했고, KIA는 주니치에 2-3으로 졌다. 한국팀 가운데선 SK만 유일하게 니혼햄을 2-1로 꺾었다.

우라소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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